인플레이션 우려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번지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아직 미약한 상황에서 거침없는 물가상승세가 실질금리 상승을 부추기면, 결국 불황 속에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루비니·달리오·서머스의 경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이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루비니마크로어소시에이츠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헤지펀드의 제왕'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리자,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스태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경고해왔다.
루비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채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화폐 가치, 즉 빚 부담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결과적으로 실질금리를 높여 소비자들을 채무상환 불능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은 채권이 보장하는 고정수익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채권 금리 상승 요인이 된다. 국채 금리 상승은 곧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중앙은행들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 쉽다.
인플레이션은 채무상환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실질소득마저 쪼그라트린다. 경제를 떠받치는 수요 기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2에 이른다.
달리오도 11일 본인 링크드인 계정에 올린 글(On Inflation and Wealth·인플레이션과 부에 대하여)에서 "돈과 여신이 많이 창출되면 그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보유 자산이 늘어난다고 꼭 부(富)나 구매력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돈이 직접 생산성을 높이지 않는다면, 돈을 찍어 푸는 건 우리를 부유하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썼다.
요약하면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부양자금을 풀어 주식을 비롯한 자산 가격을 띄어 올렸지만, 결국 인플레이션이 실질적인 부를 감소시켜 구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달리오에 따르면 부는 금융자산의 가치가 아니라 구매력이다.
서머스 역시 이날 CNN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백악관과 연준의 판단은 실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수 차례에 걸쳐 미국이 '대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과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은 1960년대 중반~1980년대 초반의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947~1965년 연간 1.7%에서 1966~82년에는 6.8%로 4배 더 높아졌다. 같은 기간 실질 성장률은 연간 4.5%에서 2.2%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2%로 3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①극단적 선택 '바벨전략'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바벨전략'(barbell strategy)을 묘책으로 제시했다. 바벨전략은 중간위험을 빼고 고위험 자산과 무위험 자산에 극단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이다. 시장 불확실성에 맞서 위험과 보상을 극대화해 균형을 맞추는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잉여현금흐름이 좋고 배당이 높은 저평가 종목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②가격결정력 '업스트림'
로브 멈포드 갬(Gam)인베스트먼츠 신흥시장 주식 투자 매니저는 업스트림(upstream·상류) 기업들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기 때문에 가격인상이 쉽지 않은 다운스트림(downstream·하류) 기업보다 이들 기업에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보다 강력한 가격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멈포드는 반도체 기업을 업스트림의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아울러 그는 고평가된 성장주는 피하라고 했다.
③가치주, 경기민감주
모건스탠리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질 때 가장 큰 수혜는 가치주와 경기민감주로 쏠린다고 지적했다. 가치주는 저평가 돼 있고, 경기민감주는 말 그대로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움직인다는 이유에서다.
모건스탠리는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부상하면 수익성 측면에서 반대 거래 전략이 돋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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