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들리, 래커, 서머스 등 "연준, 테이퍼링 속도 내야"
"'인플레이션 일시적' 입장 물리고, 시장에 신호 줘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2%로 3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면서 테이퍼링 가속론에 힘이 대폭 실렸다.
연준은 지난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달 중에 월간 150억달러 규모의 테이퍼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예정된 속도라면 내년 6월이면 테이퍼링, 궁극적으로는 양적완화가 완전히 끝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다만 양적완화 종료 다음 수순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시간차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그는 '인플레이션 위협은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테이퍼링 속도 내야"...베테랑들의 경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파월의 전임자로 있을 때 최측근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회견에서 "(연준이) 마음을 바꾸고, 테이퍼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면 현재 0~0.25%인 기준금리를 3~4%까지 올려야 할 것으로 봤다.
더들리는 다만 연준이 테이퍼링을 가속화하면 피하고 싶은 '긴축발작'(taper tantrum)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연준이 결국 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제프리 래커 전 리치몬드 연은 총재도 이날 블룸버그TV에 인플레이션 위협을 이유로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에 조기 금리인상에 나서 기준금리를 3.5~4%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봤다.
문제는 급격한 통화긴축이 자칫 시장의 긴축발작을 넘어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래커도 연준이 통화긴축 속도를 높이되, '행운'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역풍을 경계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역시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주장하는 팀(team ‘transitory’)이 물러날 시간이 이미 지났다"며 양적완화 조기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과도한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리처드 닉슨과 로널드 레이건의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며, 도널드 트럼프가 권좌에 복귀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최근 폭스비즈니스 회견에서 테이퍼링 조기 종료를 주장했다.
◇'신호'라도 줘야..."연준, 신뢰 잃고 있다"
테이퍼링 가속론을 종합하면 연준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서둘러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위협은 결코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게 지배적인 판단이다.
물론 급격한 통화긴축이 경기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중요한 건 연준이 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만 고수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나중에는 속도조절을 하더라고 당장은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머스의 말대로 "연준이 1순위 위험이 경기과열이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주장은 시장의 기대와 무관하지 않다. 긴축발작도 위험하지만, 연준이 시장의 대세를 꺾는 데 따른 반작용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가까운 예로 영란은행(BOE)은 지난주 시장의 금리인상 전망을 깨고 기준금리를 동결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5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가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
미국 금리선물·국채시장에서는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빌 족스 브랜디와인글로벌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하이일드본드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이날 블룸버그에 "국채시장이 연준의 관심을 받고자 한다"며 "주식시장까지 합류하면 연준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더딘 행보에 대해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이날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한 회견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신뢰를 잃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믿을 만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정책적으로 큰 실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 [포커스]테이퍼링은 11월, 금리인상은?...바빠진 연준
- [인사이트]시장 vs 중앙은행...통화긴축 '예상'과 '실행' 사이
- [포커스]美증시 발목 잡은 인플레이션..."기우가 아니었다"
- 高인플레이션+강세장?...그랜덤 "이런 일은 없었다"
- [인사이트]스태그플레이션을 대하는 자세
- [포커스]통화긴축보다 재정긴축이 더 두려운 이유
- 인플레이션·금리급등·변이바이러스..."금융시스템이 불안하다"
- [포커스]브레이너드가 뜬다...월가 분위기는 'so-so'
- [포커스]'파월2.0'...안도와 불안 사이
- "테이퍼링 속도 높여야"...인플레이션 우려 커졌다-FOMC의사록
- [포커스]파월도 테이퍼링 가속론..."FOMC서 논의할 것"
- 연준 의장 출신 美 재무, 지난해 일시적 인플레 진단 "틀렸다"
- [인사이트]서머스 "연준, 이제는 금리 인상폭 0.75% 논의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