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위협하는 '스태그플레이션'...오미크론 위협에 경계감 증폭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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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백신의 임상실험 성공 소식이 잇따른 지 1년여 만에 오미크론 변이 공포가 불거지면서 팬데믹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최근 발생한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에 공식적으로 오미크론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아울러 오미크론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가운데 경계 수위가 가장 높은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WHO는 오미크론이 매우 높은 수준의 글로벌 리스크(위험)라고 평가했다.

이 소식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한동안 큰 부침을 겪었다. 주식시장은 항공, 여행업종 등이 투매 대상이 되면서 급락했고, 국제유가도 배럴당 10달러가량 추락했다. 경기회복 기대가 그만큼 꺾이고 있다는 의미다. 그 사이 코로나19 백신 생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가 오미크론에 대한 기존 백신의 유효성을 의심하면서 신종 변이에 대한 공포가 더 자극했다.

이러는 동안 일각에서는 과도한 공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오미크론이 그간 알려진 것보다 위협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 2일 낸 투자노트에서 오미크론이 전파력은 더 강해 보이지만, 초기 분석 자료들에 따르면 치명성이 덜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바이러스는 변이가 늘어날수록 치명률이 낮아졌다며, 오미크론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종식 신호일 수 있다고 봤다. JP모건이 최근의 증시 투매 바람이 저가 매수 기회일 수 있다고 강조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결국 오미크론이 기존 델타 변이보다 얼마나 더 위협적일지는 두고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몇 주 뒤 과학자들이 낼 초기 연구 결과를 보고 대응 수위와 방법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미크론이 당장은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위협으로 부상했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4일자 최신호에서 오미크론이 특히 기존 위험 세 가지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핵심은 성장둔화와 인플레이션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불황 속에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를 집어 삼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점점 가시화화하고 있는 셈이다. 

①주요국, 국경 닫고 방역 규제 강화→성장둔화

이코노미스트가 가장 먼저 우려한 건 선진국들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등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면 세계 경제 성장세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요국들은 오미크론 위협이 불거지자마자 진원지인 남아프리카지역에서 오는 이들의 입국을 막았다. 이스라엘과 일본은 국경을 아예 폐쇄했고, 영국은 새로운 격리 조치를 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국경이 다시 열릴 때보다 다시 닫히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며, 팬데믹이 갑자기 자유로운 글로벌 이동의 시대를 끝내버렸다고 지적했다.

국경 간 이동만 문제인 건 아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델타 변이 확산 우려로 국내 이동 제한을 강화하는 추세였다. 오미크론은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이탈리아에서는 백신 접종자가 아니면 식당 출입이 불가능하고, 포르투갈에서 술집에 가려면 접종자라도 바이러스 음성 확인이 돼야 한다. 오스트리아는 완전한 봉쇄(록다운) 상태에 있다고 한다.

②인플레이션, 美통화긴축 자극→신흥시장 위협

또 다른 우려는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높은 수준에 있는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특히 미국 경제를 둘러싼 걱정이 크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부양을 추진하면서 경기과열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2%(전년동기대비)로 1990년 이후 3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변동률 추이(전년동기대비 %)/자료=FRED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변동률 추이(전년동기대비 %)/자료=FRED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물가상승률도 5.3%로 중앙은행들이 대개 목표치로 삼는 2%를 훌쩍 웃돌고 있다.

보통은 오미크론이 경제활동을 쪼그라트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사태가 한창일 때 억눌렸던 소비가 경기회복 기대감에 터져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공급난에 따른 공급망 혼란이 물가 상승세를 더 자극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려면 관광이나 외식 같은 서비스 부문으로 소비가 분산돼야 하는데, 오미크론이 이를 막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은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 노동인력의 이탈을 일으켜 공급난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달 30일 의회 청문회에서 통화긴축 가속론에 힘을 실은 배경에도 오미크론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의 입장은 옳지만, 신흥시장에는 또 다른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통화긴축 가속에 따른 달러 강세가 신흥시장으로부터 자본유출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상당수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난처한 처지에 있다.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고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성장둔화 우려가 불거졌다. 오미크론 변이는 이를 더 자극할 전망이다. 반면 터키 중앙은행은 고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이미 여러 차례 금리를 낮춰 리라화 붕괴 사태에 직면했다. 

중국 성장률 추이(전년동기대비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중국 성장률 추이(전년동기대비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③ 中 '제로코로나' 정책 강화→성장둔화, 공급난 가중

오미크론 변이는 미국 다음 가는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경제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발 경기침체에서 가장 빨리 벗어난 나라로 탄탄한 회복세를 뽐내왔지만, 최근 다시 성장 둔화 우려가 깊어졌다.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 센 것으로 판명나고, 확산세가 거세지면 중국 정부는 기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강화하기 쉽다. 방역 등과 관련한 규제 수위가 높아지면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현상도 더 심해질 전망이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지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렇다고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해 꼭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물론 기업과 정부가 바이러스에 적응한 덕분에 오미크론발 규제 조치의 경기냉각 효과가 팬데믹 초기 때의 3분의 1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일부 백신업체들은 기존 백신이 여전히 효과적이며, 내년 초면 새 백신과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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