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는 타이밍보다 시간...걱정은 시간낭비"
올해 71세인 빌 밀러는 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다. 2005년까지 무려 15년에 걸쳐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보다 나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유명하다.
밀러밸류파트너스의 창업 회장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이기도 한 밀러는 회사 이름에서 보듯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같은 '가치(value)투자'의 달인으로 통한다.
◇아마존·비트코인 초기 투자자
그가 버핏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첨단기술 변화에 민첩하다는 점이다. 버핏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기술 부문 투자를 꺼려왔지만, 밀러는 일찍이 시장에 넘쳐났던 회의론에 맞서 아마존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가치주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과감한 투자의 배경이 됐다. 투자정보매체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밀러는 "어떤 주식이든 제 내재가치보다 할인돼 있다면 가치주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밀러는 지난 40년간 자신의 투자철학과 시장에 대한 통찰을 분기 서한에 담아냈다. 지난 18일 회사 웹사이트에 올린 올해 3분기 서한에서 그는 이번이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라고 알렸다. 밀러는 다만 남들이 얘기하지 않는 것 가운데 시장에 대해 흥미롭거나 유용한 게 있으면 다시 키보드 앞에 앉겠다고 했다.
◇금융위기 이후 강세장 지속
밀러가 마지막 서한에 담은 메시지는 일관되고 확고하다. 미국 증시는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저점에서 시작된 강세장에 있으며, 전형적이고 불가피한 하락과 조정이 동반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강세장이 끝나려면 주식이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도한 수준까지 고평가되거나 기업 실적이 나빠져야 하는데,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밀러는 대신 미국 증시 주요 지수가 모두 두 자릿수 상승세를 뽐내고 있는 만큼 강세장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대부분의 시장처럼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 상당수가 적정가치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초과수익을 얻을 기회가 큰 종목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타이밍보다 시간이 중요한 이유
밀러는 증시의 상승과 하락 시점을 예측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마켓타이밍(market timing) 시도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단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증시는 70%에 이르는 기간 동안 올랐는데, 이는 미국 경제가 대부분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증시가 떨어지는 30%가 언제인지를 놓고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다.
밀러는 증시 수익이 대부분 비관론이나 공포가 한창일 때 비롯되는 갑작스런 파열 속에서 농축된다고 봤다. 지난해 패데믹발 증시 급락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그는 증시에서 부를 쌓아올리는 데 핵심이 되는 것은 시간이지, 타이밍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팬데믹 사태와 같은 시장 충격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가치주에 투자한 뒤 시간을 두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걱정하지 말고 결정하라
밀러는 중국의 전방위 규제 바람, 공급망 혼란 등 시장의 최근 걱정거리들도 거론했다. 그는 일련의 악재들은 충분히 걱정할 만하고, 시장에도 적당히 반영돼 있다고 봤다. 다만 그는 1년 뒤면 지금 걱정하는 것들이 다른 우려사항들로 바뀔 게 확실하다고 했다.
밀러는 시장에 대해 걱정하는 게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없다"고 답한다며 걱정은 정신만 산만하게 할 뿐 장기투자 결정에 해가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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