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다시 가도 낯선 길 테이퍼링(끝)/美국채·주식시장 향방 '오리무중'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다시 옥죄고 있다. 2013~2014년 겪은 '긴축발작'(taper tantrum)의 악몽이 되살아나면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는 연내 테이퍼링 착수 논의가 구체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양적완화의 그늘과 테이퍼링 이후의 금융시장을 2회에 걸쳐 짚는다. 글 싣는 순서 (上)양적완화에 갇힌 중앙은행 (下)다시 가도 낯선 길 테이퍼링 <편집자주>
양적완화 공포는 2013~2014년 세계 금융시장을 덮친 '긴축발작'(taper tantrum) 경험에서 비롯됐다.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의회 청문회 발언이 발단이었다.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수해온 통화부양 기조를 언제 접을지를 놓고 시장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다. 버냉키는 당시 의회에서 테이퍼링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다.
이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됐다. 특히 신흥시장 취약국에서는 주식, 채권, 현지 통화 가격이 일제히 추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두드러졌다.
연준은 그해 12월 테이퍼링에 착수했고, 이듬해 10월 양적완화를 완전히 중단했다. 2015년 12월에는 마침내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인상에 나섰다.
이때 학습효과는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중단→금리인상'의 순서로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시장이 파란을 겪는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연준의 테이퍼링을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이슈 세 가지가 오리무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테이퍼링에 대한 시장의 공포를 더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①미국 국채 금리 향방 ②증시 향방 ③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를 문제 삼았다.
①美국채 금리 오를까, 내릴까
투자자들은 연준이 테이퍼링으로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면 국채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본다.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리는 이치다. 국채 금리는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수요가 줄어 가격이 내리면 국채 금리는 오른다.
문제는 연준의 테이퍼링이 통화긴축 우려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통화긴축은 장기적으로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 궁극적으로 장기국채 금리의 하락을 의미한다.
WSJ는 테이퍼링에 따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의 등락 여부는 결국 테이퍼링이 국채 수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또 통화긴축 우려를 얼마나 자극할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봤다.
지난주 연준이 공개한 7월 FOMC 의사록이 테이퍼링 공포를 불러일으켰을 때,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처음엔 올랐다가 이내 다시 하락했다.
②美증시 향방 '빅테크'에 달렸다
테이퍼링이나 양적완화 종료,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한 연준의 통화긴축 행보는 증시에 악재임에 틀림없다. 당장 유동성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만 통화긴축의 전제가 되는 강한 경기회복세는 증시에 더 없이 좋은 호재이기도 하다.
인플레이션이 통화긴축의 명분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통화긴축에 따른 유동성 제한과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맞물려 증시가 타격을 입기 쉽다. 최근 미국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 경제지표가 잇따르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1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한다.
2013년 테이퍼링 때는 오히려 미약한 인플레이션이 문제였다.
미국 증시가 경기에 민감한 가치주와 기술주 중심의 성장주로 나뉘어 있는 것도 테이퍼링 이후 증시 향방을 점치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주 테이퍼링 공포가 시장을 덮쳤을 때 가치주는 타격을 입었지만, 성장주는 무탈했다. 연준의 긴축 행보가 경기둔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탓이다. 이른바 '빅테크'(Big Tech)라고 불리는 기술 대기업들의 실적은 경기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유틸리티, 부동산, 소비재 등 경기방어주도 선방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모기업) 등 미국 5대 기술주가 S&P500지수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4분의 1에 이른다. WSJ는 미국 증시 향방이 결국 빅테크에 달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③국채 금리 하락이 증시에 호재
미국 국채 금리와 주가는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보통이다. 국채 금리가 뛰면(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주가도 오르는 식이다.
주식과 채권의 이런 상관관계는 분산투자의 토대가 됐다. 투자자산의 60%는 주식에, 나머지 40%는 국채처럼 투자등급이 높은 채권에 투자하는 '60대 40' 포트폴리오가 대표적이다.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극적인 장기 수익을 추구하면서 증시가 단기적으로 흔들릴 때는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에서 이익을 취하는 전략이다.
WSJ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돋보였던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최근 인플레이션 위협이 고조되면서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문은 미국의 경제환경이 2000년대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셈이라며, 당시는 연준이 경기부양보다 인플레이션을 더 걱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주식과 채권 금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쉽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은 채권의 고정수익 가치를 떨어뜨려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 인플레이션 위협이 고조되면 채권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게 증시에 호재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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