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롯데홀딩스 의결권 3분의 1 확보
정관 변경, 상장 등 특별 결의 반대 가능
신동주 측 "신동빈 이사 해임 항소" 성명
경영권 싸움 롯데홀딩스 상장 여부 달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운영하는 '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홈페이지 갈무리.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10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하기 위해 항소할 뜻을 밝혔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운영하는 '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홈페이지 갈무리.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10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하기 위해 항소할 뜻을 밝혔다. 

롯데그룹을 둘러싼 '형제의 싸움'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한국과 일본 롯데의 정점인 롯데홀딩스를 놓고 고(故) 신격호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어느 쪽도 쉽사리 이길 수 없는 상황에 있어서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롯데홀딩스 상장이 필요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의안을 거부할 수 있는 의결권을 확보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상장을 위해 새로운 전문 경영인을 내세운 가운데 신동주 측도 항소 의지를 밝히며 대응을 시작했다. 

11일 재계 관계자와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전·현직 롯데 관계자의 모임인 '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이하 롯데정상화회)'은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뇌물과 배임 유죄 판결을 받은 신동빈을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하기 위한 (일본 법원에) 항소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반 비즈니스맨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혐의를 받거나 체포되기만 해도 스스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인 대응

앞서 지난 4월 일본 도쿄 지방법원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와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직 해임 소송에서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신동빈 회장이 한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롯데홀딩스 이사 자격이 충분하고, 해사 행위도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정상화회는 "일반 비즈니스맨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라며 "(회사의 이사라면) 혐의를 받거나 체포되기만 해도 스스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인 대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롯데 브랜드를 훼손한 신동빈이 이사직에 남아 있고 롯데홀딩스 매출도 계속 감소하는 등 이사로 평가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일반 상식과 단절된 현상이 버젓이 통하는 것을 간과하기 힘들다"며 항소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롯데홀딩스 상장에 달린 롯데 경영권 분쟁

다마쓰카 겐이치 일본 롯데홀딩스 신임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다마쓰카 겐이치 일본 롯데홀딩스 신임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롯데정상화회의 이번 성명은 롯데홀딩스가 이달 말 패스트리테일링, 로손 사장을 지낸 다마쓰카 겐이치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에 맞춰 나왔다. 겐이치 신임 사장은 패스트리테일링 사장이던 2004년 롯데그룹과 함께 한국에 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출시하며 신동빈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홀딩스는 지난 2018년 일본 롯데와 롯데물산, 롯데아이스 3개사가 합쳐져 탄생했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 장악을 위해 지주회사를 만들어 상장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됐다. 겐이치 사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도 롯데홀딩스 상장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면 한국과 일본 롯데 모두를 손에 쥘 수 있다. 롯데홀딩스가 일본롯데를 통해 한국롯데의 정점인 호텔롯데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분 '50%+1주'를 쥐고 있는 광윤사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고 신격호 회장의 유산 상속 이후 광윤사와 함께 롯데홀딩스 지분 33.48%(의결권 기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의결권의 3분의 1 이상을 확보하면서 롯데홀딩스 이사회 특별 결의를 막을 힘이 생겼다. 롯데홀딩스 상장을 위해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승인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상장 후 지분율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롯데홀딩스 실적도 상장에 불리하다. 일본 온라인 경제 매체 다이아몬드온라인에 따르면 롯데홀딩스의 2021년 3월기(2020년 4월~2021년 3월) 매출은 2260억엔(약 2조3000억원) 정도로 한 해 전의 97%에 불과했다. 특히, 롯데홀딩스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껌 부문이 326억엔(약 3314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다이아몬드 온라인은 "신동빈 회장과 경영진은 롯데홀딩스 상장을 높고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대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주력 사업인 껌 사업의 매출 감소를 회복해 겐이치 사장의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일이 롯데홀딩스 상장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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