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사모펀드 등 16.6억달러 인수가 제안
중국계 사모펀드보다 21%가량 높은 가격
새로운 투자자에도 중국계 자금 대거 포함
미국과 한국 당국의 엄격한 심사 통과해야

매그나칩 반도체 제품 /사진=매그나칩
매그나칩 반도체 제품 /사진=매그나칩

중견 시스템 반도체 회사 매그나칩 반도체(이하 매그나칩) 매각이 혼돈에 빠졌다.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하려던 계획이 미국과 한국 당국의 심사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새로운 인수자까지 등장했다. 

12일 매그나칩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국계 사모펀드 코너코피아 인베스트먼트, 팀 크라운 미국 AZ 크라운 인베스트먼트 회장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이 매그나칩에 새로운 인수 제안을 했다. 주당 35달러(약 3만9000원), 총 16억6000만달러(약 1조85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컨소시엄이 제시한 가격은 앞서 지난 3월 매그나칩을 사기로 한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이 제시한 주당 29달러(약 3만2400), 총 14억달러(약 1조5600억원)보다 21%가량 높은 가격이다. 매그나칩은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매각에 이어 남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까지 매각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가 2004년 비메모리사업부를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해 설립한 매그나칩은 구동칩(DDI) 등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DDI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일 정도로 유명하다. 대주주는 미국 애비뉴캐피털이지만, 생산 설비와 연구개발 시설은 모두 한국에 있다. 

매그나칩은 원래 이달 중순 주주총회를 통해 중국계 사모펀드에 대한 매각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심사에 착수하면서 불확실해지기 시작했다. 첨단기술을 가진 회사 매각이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심사 결과에 따라 매그나칩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9일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가 OLED DDI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면서 매그나칩은 매각을 위해 한국 정부의 심의까지 통과하고, 새로운 인수자 제안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매그나칩은 애초 오는 15일 오후 8시(미국 동부시각)으로 예정됐던 매각을 위한 주주 총회를 오는 17일로 미루기로 했다. 주주 총회 개최 시간은 아직 정하지도 못했다. 

컨소시엄의 투자 제안을 받아들여도 문제다. 컨소시엄에 양광(Yango)파이낸셜홀딩스, 시노-록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중유럽기금(中歐基金管理, Lombarda China Fund) 등 중국계 자본이 대거 포함돼서다. 미국과 한국 당국의 심사 결과에 따라 여전히 매그나칩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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