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국제금융시장 올해 이슈와 새해 전망①/
개인투자자 밈주식 투자 광풍 우려에 '시장안정자' 평가도

일러스트=로이터연합뉴스
일러스트=로이터연합뉴스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돋보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부상이다. 이들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급락했던 증시가 급반등하기 시작하자 대거 시장에 뛰어들어 랠리를 떠받쳤다. 

특히 미국 증시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 공짜 주식거래앱 로빈후드와 소셜미디어 레딧의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r/WallStreetBets) 등을 통해서다. 세를 불린 개미군단은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표적을 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반란을 일으켰다.

미국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 극장체인 AMC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 1월에만 4500% 넘게 폭등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들은 손실이 불가피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상당수 투자자들이 '서학개미'로 돌아섰다. 

개인투자자들은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뜬 게임스톱, AMC 같은 '밈'(meme) 주식에 열광했고, 암호화폐는 물론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를 비롯한 대체자산시장에서도 개미들은 '밈'에 열광했다.

그 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빗발쳤다. 좋은 기회를 혼자만 놓칠까봐 갖는 공포, 이른바 'FOMO'(fear of missing out)발 시장 랠리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들이 많았다. 개미들의 묻지마식 투자가 자산거품을 일으켜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전문성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개미들이 시장 위협한다고?..."유동성 높이고, 붕괴 위험 낮춰" 

얀-올리버 스트리히 독일 카를스루에공대 조교수의 생각은 정반대다. 그는 23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에 매우 유익하다"며 "오래 전부터 학계에서는 많은 연구를 통해 개인은 정보 없이 자만하다고 봤지만, 최근 연구는 이들이 사실 시장에 정통해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스트리히는 같은 대학 동료인 펠릭스 휘프너 교수와 지난주 낸 논문을 근거로 들었다. 논문 제목은 '증시 유동성과 붕괴위험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영향'(The Impact of Retail Investors on Stock Liquidity and Crash Risk).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을 때 개인투자자들이 주가 안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내는 걸 연구 목적으로 삼았다. 

두 교수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아래 로빈후드 앱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한 업종을 분석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종목이 그렇지 않은 종목보다 유동성은 17% 높고, 붕괴 위험은 최소 24% 적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스트리히는 "시장 스트레스, 트라우마가 심할 때 개인투자자들이 헐값 투매 압력을 받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한다"며 "이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은 실제로 팬데믹 기간에 투매 압력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관투자가들은 금융시장이 위기를 겪으면 시장에서 물러나기 마련인데, 이때 새로운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 유동성을 공급하고 출혈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논문은 개인투자자들이 전보다 더 많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봤을 뿐, 이들이 실제로 좋은 정보를 근거로 움직이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스트리히는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이성적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시장 변동성에 뚜렷하게 반응하고 보다 안정적이고 매도 포지션이 적은 종목에 더 투자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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