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사진=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필립 힐데브란트 부회장이 최근 미국 증시에서 한창인 공매도 종목 투기 바람에 일침을 날렸다. 실적이 보잘 것 없는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 등에 강력한 매수세가 몰리는 건 "비이성적 넌센스"라는 것이다.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힐데브란트 부회장은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회견에서 이런 현상이 놀라울 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시스템에) 얼마나 많은 유동성이 풀렸는지, 정책이 최근 몇 주, 몇 개월에 걸쳐 자산가격 상승을 얼마나 부채질했는지 보면 놀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마치 거품 주머니들 같다"며 "불합리하고 의심의 여지 없는 넌센스"라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집중 매수 표적이 된 공매도 종목 가운데 하나가 게임스톱이다. 시장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11배 넘게 올랐다. 이번주에만 400% 이상 뛰는 등 최근 6거래일 동안 폭등한 주가는 이날 급격한 변동성에 수 차례 거래가 중단되는 혼란 끝에 44% 넘게 추락했다. 110억달러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파는 걸 말한다.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해당 주식을 사들여 되갚는다. 주가가 하락한 만큼 이익이 된다. 

반대로 빌린 주식을 판 뒤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주식을 매입해 갚아야 한다. 이를 숏커버링이라고 하는데, 숏커버링이 가속화하면 주가가 급등하는 숏스퀴즈 상황이 된다.

게임스톱을 공매도 표적으로 삼은 헤지펀드들에 맞서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을 통해 모인 개미들이 대거 반대매수에 나서면서 게임스톱 광풍이 일어났다. 헤지펀드들도 게임스톱에 대한 숏커버링에 가세했다. 이날 주가가 급락한 건 개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짜 주식거래앱 로빈후드 등이 게임스톱 거래를 예고 없이 중단하고, 게임스톱 매수를 주도하는 개미들이 모인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WSB·Wallstreetbets) 게시판 운영이 일시 정지된 데 따른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여파로 경기가 냉각됐는데도 증시가 랠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경기를 비관하는 약세론자들조차 주식을 살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됐다고 지적한다. 그만큼 시장이 과열됐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풀린 천문학적인 경기부양 자금이 과열을 부추겼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힐데브란트 부회장이 문제삼은 비이성적인 투자 과열이 조만간 조정에 직면할 것으로 봤다.

그는 이날 한 콘퍼런스에서 "어느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에 갑자기 깨어나는 이들이 상당할 것"이라며 "내일일지, 다음주일지, 다음달일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일어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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