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칼럼 "인터넷으로 월가 전문가 우월성 환상 사라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21년 1월 26일 미국 동부시간 오전 10시 32분. 차세대 워런 버핏으로 떠오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가 '게임스톱'의 콜옵션을 매수했다며 '가즈아(Let's gooooooo!!!!!!!)'라고 외치는 트윗을 올렸다. 불과 1분 뒤 게임스톱 주가는 9.6% 폭등하며 거래 규모가 4배 폭증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8분. 이번에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게임스통크(Gamestonk)!!'라는 트윗을 올렸고, 10분 만에 게임스톱 주가는 31% 폭주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영미권에서 온라인에서 '스통크'(stonk)는 주식(stock)을 가리키는 은어로 쓰인다. 사전적으로는 '맹폭격'이라는 의미다. 

#2021년 2월 3일, 머스크와 쌍벽을 이루는 괴짜 억만장자 마크 쿠반이 트위터를 통해 "로또복권과 #도지코인 둘 중 하나를 사야 했다면 #도지코인을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12시간 동안 암호화폐 도지코인은 50% 치솟았다. 이후 머스크와 록그룹 키스 출신 진 시몬스와 랩퍼 스눕 독까지 도지코인을 지지했고 올 들어 도지코인은 1300% 이상 날아 올랐다. 

도지(doge)코인은 2013년 한 개발자가 장난삼아 만든 암호화폐다. 인터넷 밈(meme, 온라인상에서 유행어와 행동 등을 모방해 만든 사진이나 영상)인 시바견을 코인에 합성해 만들었다. 도지는 개(dog)에 알파벳 'e'를 붙여 만든 단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금 주식시장이 작동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최근 칼럼에서 일련의 일화를 소개하며 "일론 머스크의 트윗에 수 백만명이 매수한다"고 전했다. 테슬라 창업주인 머스크와 함께 이른바 '모멘텀 메시아'(추세전환을 유발하는 구세주)들이 눈 깜빡할 순간에 대규모 투자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WSJ는 평가했다. 

월가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아니라 이른바 월가가 혹평하는 이단아, 아웃사이더들이 미래 투자를 읽는 혜안을 읽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추앙받는 셈이다. 테슬라 주식은 월가 헤지펀드가 가장 많이 공매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간 월가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는 리서치와 분석을 통해 투자전망을 내놨지만, 재야의 주식고수와 비교해 뛰어난 성과를 내놓지도 못했다고 WSJ는 꼬집었다. 지난 수 십년 동안 월가는 수십억달러의 보상을 받았지만, 정작 성과는 평균치보다 수조달러씩 밑돌았다. 

결국 온라인 시대에 이른바 월가 전문가라는 우월적 위치에 대한 환상도 사그라들었다고 WSJ는 진단했다.

페이스북 부회장 출신의 투자자 팔리하피티야는 지난주 "인터넷으로 정보 민주화가 일어났다"며 "모두 똑같은 정보, 공시, 일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이제 우월함은 분석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 산업군의 임금 침체로 대중의 자원이 주식시장으로 옮겨 갔다"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정보를 더 빠르게 혹은 다르게 처리할 수 있고 이것이 이제 새로운 우월함이 됐다"고 평가했다.

WSJ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팬덤의 새로운 모멘텀 메시아들은 흩어져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한 곳으로 모아 더 나은 투자로 이끌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오늘날 강력한 아웃사이더들의 전망이 월가 인사이더들보다 정확해진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썼다. 그러면서 "다른 영역에서 유명세와 재산을 불렸다고 해서 금융시장에서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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