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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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Gamestop) 주가가 18.12% 뛰었다(종가 76.79달러). 이날 하루 저점(61.13달러)에서 고점(159.18달러)까지는 무려 160% 폭등했다. 올 들어서는 4배 가까이 올랐다.

주목할 건 이 회사의 실적이 보잘 것 없다는 점이다. 지난 6분기 가운데 5분기 동안 수익을 전혀 내지 못했다. 특별한 호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상당기간 주가가 10달러를 밑돌았던 게임스톱은 주요 매도 표적이 된 지 오래다.

게임스톱 주가 추이(달러)[자료=야후파이낸스]
게임스톱 주가 추이(달러)[자료=야후파이낸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게임스톱과 가정용품업체 배드배스&비욘드 등 미국 증시에서 매도 포지션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들은 전날 평균 4.5%, 올 들어서는 30% 이상 올랐다.

블룸버그는 26일 미국 증시에서 약세론자(bear)들마저 주식을 사고 있는 게 게임스톱 주가의 이례적인 상승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약세론자들은 비관적인 전망 아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팔기 마련이지만, 이 시장에서는 이들조차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약세론자들은 이제 강세 전망이 다소 약할 뿐, 이들도 결국 강세론자(bull)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데이비드 커들라 메인스테이캐피털매니지먼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증시가 펀더멘털(경제기반)과 단절됐다"며 "마지못해 주식을 산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여파로 경기가 냉각됐는데도 증시가 랠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경기를 비관하는 약세론자들조차 주식을 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만큼 시장이 과열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주가 성적이 가장 좋든 나쁘든, 실적 전망과는 무관하다"며 "주가와 펀더멘털의 괴리는 투기에 따른 것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전미위험투자관리자협회(NAAIM)의 투자심리지수[자료=전미위험투자관리자협회]
전미위험투자관리자협회(NAAIM)의 투자심리지수[자료=전미위험투자관리자협회]

300억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미국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속한 전미위험투자관리자협회(NAAIM)의 투자심리지수(NAAIM exposure Index)는 지난주 113%으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관투자가들의 주식투자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눈에 띄는 건 시장을 가장 비관적으로 보는 약세론자들의 지수도 75%나 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7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증시에서 한창인 '묻지마 랠리'의 주요 배경으로 공매도 세력이 매수에 가세한 데 따른 숏스퀴즈 현상을 들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파는 걸 말한다.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해당 주식을 사들여 되갚는다. 주가가 하락한 만큼 이익이 된다.

반대로 빌린 주식을 판 뒤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주식을 매입해 갚아야 한다. 이를 숏커버링이라고 하는데, 숏커버링이 가속화하면 주가가 급등하는 숏스퀴즈 상황이 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단일 종목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숏커버링이 지난주 2018년 4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조나단 크린스키 베이크레스트파트너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공매도한 주식을 되사야 하는 약세론자들이 랠리의 일부를 이끌고 있다며, 숏스퀴즈가 올해 초 시장의 주요 테마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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