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전문가' 제레미 그랜덤 설립 GMO 보고서
"주식·채권 고평가, '밈주식' 소셜미디어 틀렸다"
"증시는 고평가됐고, 소셜미디어는 틀려먹었다."
증시 비관론자이자, 거품 경고로 유명한 투자거물 제레미 그랜덤이 공동 설립한 GMO가 최신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이다. 그랜덤은 닷컴버블이 터진 2000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처음 불거진 2007년의 증시 붕괴에 앞서 거품 경고를 했던 이다.
◇40년간 본 적 없는 거품
GMO는 지난 21일 낸 '2분기 시장논평'(Market Commentary)에서 무엇보다 미국 증시에 낀 거품을 우려했다.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지수가 2분기에 8.6% 뛰는 랠리를 펼쳤지만, 1990년대 말 닷컴버블 때보다 더 큰 거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GMO는 S&P500지수의 실질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이 2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익수익률은 기업의 최근 1년 주당순이익(EPS)을 주당 시가로 나눈 값이다. 주가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 가운데 하나인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라고 보면 된다. 수치가 작을 수록 주가 수준이 고평가됐음을 뜻한다.
GMO는 이익수익률이 이처럼 낮은데, 미국 국채의 실질금리마저 장기간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는 사정 등을 감안하면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인 자산을 두고 흥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가와 채권 가격이 너무 높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시장 전반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봤다.
GMO는 같은 이유로 현재로서는 이른바 '60대 40 포트폴리오'도 투자자들에게 권할 수 없다고 했다. 60대 40 포트폴리오는 분산투자의 정석으로 통한다. 투자자산의 60%는 주식에, 나머지 40%는 국채처럼 투자등급이 높은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극적인 장기 수익을 추구하면서 증시가 단기적으로 흔들릴 때는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에서 이익을 취하는 전략이다.
GMO는 글로벌 증시의 주가 수준과 국채시장의 실질금리가 정상화하면 60대 40 포트폴리오를 가장 먼저 권하고 나서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했다.
◇'밈주식'?...소셜미디어는 틀렸다
GMO는 자사의 증시 비관론을 탓하는 소셜미디어에도 화살을 돌렸다. GMO는 "트위터 영역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논쟁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GMO의 약세론에 좌절감을 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은 또한 GMO가 고성장주와 신사업모델을 가진 '창조적 파괴자'(disruptor)들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는지에 대해 크게 궁금해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GMO는 낙관적인 성장 전망들을 여러 모델을 통해 충분히 따져 보고 있다며, 상당수 개별 종목들은 지금처럼 고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봤다. 소셜미디어에 모인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뜬 이른바 '밈주식'(meme stock) 가운데 '제2의 아마존'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보고서는 다만 일련의 기대감들이 이미 주가에 모두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기대는 무리라고 꼬집었다.
◇향후 7년, 믿을 건 신흥시장 가치주뿐
GMO가 하루 앞서 낸 주요 자산군 전망 보고서도 비관론으로 기울었다. GMO는 글로벌 주식·채권시장의 11개 자산군을 대상으로 향후 7년간의 연간 실질수익률을 예상했는데, 플러스(+) 수익률을 내다본 투자처는 신흥시장 가치주(3.3%)가 유일했다. 이마저도 역대 미국 증시 장기 수익률인 6.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외에 주식시장에서는 △미국 소형주(-8.5%) △미국 대형주(-8%) △글로벌 증시 대형주(-2.8%) △글로벌 증시 소형주(-1.8%) △신흥시장(-1.3%) 순으로 전망이 어두웠다.
채권시장은 △글로벌 채권헤지(-4.5%) △미국 채권·물가연동채권(각각 -3.1%) △신흥시장 채권(-1.4%) △미국 현금(-1%) 등이다.
◇굳이 美주식이라면, 가치·경기민감株
GMO는 '시장논평'에서 굳이 미국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면, 우량주에 무게를 유지한 채 가치주와 경기민감주로 기울 것을 권했다. 가치주와 경기민감주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주가 반등을 주도한 성장주에 비해 저평가돼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투자처다.
GMO는 일본 소형주도 매력적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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