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큰손들이 장악한 비트코인 생태계
상위 1만명이 전체 물량의 3분의 1 보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비트코인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지만, 비트코인 생태계는 여전히 소수가 장악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비트코인은 시스템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최신 논문에서 상위 1만명의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이 약 500만비트코인으로 유통 중인 전체 물량의 3분의 1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을 거래하려면 은행계좌에 해당하는 비트코인 주소(Bitcoin address)가 있어야 한다. 숫자와 문자로 이뤄진 일종의 암호다. 

문제는 이 주소가 개인을 대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거래소나 다른 기관이 투자자들을 대신해 비트코인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비트코인 최대 주주를 가려내기가 어려운 이유다.

NBER는 중개인과 개인 소유의 비트코인 주소를 구별짓는 데이터수집 방법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현재 중개인이 보유한 주소에 속한 물량이 550만비트코인, 개인 소유 주소에 담긴 물량은 850만비트코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울러 상위 1000명의 개인 투자자는 약 300만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비트코인 집중도가 이보다 훨씬 심할 수도 있다고 봤다. 특정 개인이 비트코인을 대거 보유한 주소 여럿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예로 비트코인 개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는 약 2만개의 주소에 비트코인을 담아뒀는데, NBER가 활용한 데이터는 이 주소들을 서로 다른 개인들의 것으로 인식했다.

개인이 보유한 비트코인 추이(백만비트코인) *위는 연도별, 아래는 명수별(지난해 말 현재)/자료=전미경제연구소
개인이 보유한 비트코인 추이(백만비트코인) *위는 연도별, 아래는 명수별(지난해 말 현재)/자료=전미경제연구소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쏠림은 더 심각하다고 한다. NBER에 따르면 상위 10% 채굴자들이 비트코인 채굴능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또 채굴자 약 50명, 상위 0.1%가 전체 채굴능력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이른바 '51% 공격'에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51% 공격은 비트코인 기술기반인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전체의 절반이 넘는 컴퓨팅 연산자원(해싱파워)을 확보한 개인이나 집단이 원장 기록을 위·변조하는 걸 말한다. 블록체인에서는 50%가 넘는 참여자(노드)의 동의가 있으면 정보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NBER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할 때 그나마 집중도가 낮아지는 사실도 알아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할 때 51%공격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논문 저자들은 "연구 결과는 비트코인이 지난 몇 년간 큰 관심을 받았지만, 비트코인 생태계는 여전히 대형 채굴자, 비트코인 큰손, 거래소 등이 지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비트코인은 본질적으로 시스템 리스크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비트코인 저변 확대에 따른 이익 대부분이 소수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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