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NIO)의 배터리교환소. /사진=니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NIO)의 배터리교환소. /사진=니오

전기차의 최대 단점은 '충전 시간'이다. 배터리를 완충하기 위해서는 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최근 기술 발전으로 충전 시간을 30분 이내로 줄인 방식이 개발됐지만, 아직 제한적이다. 급속 충전은 배터리에도 부담이 된다. 

전기차 충전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배터리 스왑(교환) 방식이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대신 완충 배터리로 바로 바꿔 타는 방식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주유하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전기차의 단점이 단숨에 사라지는 것이다. 

배터리 스왑 방식을 주도하는 것은 중국 전기차 업계다. 그중에서도 중국 최대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NIO), 일본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올턴(아오둥신넝웬·奧動新能源), 스웨덴 볼보를 인수한 완상처 업체 지리(吉利汽車) 등 3인방이다. 

니오는 지난달 중국에서 500번째 배터리교환소를 오픈했고, 올턴은 2025년까지 중국 내 100개 도시에 1만 곳의 배터리교환소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지리도 배터리교환 연구개발에 막대한 인력과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배터리교환 기술로 중국을 넘어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려는 중국 전기차 업체 3인방을 살펴봤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 내놓은 니오

배터리 스왑에 가장 앞서 가는 기업은 니오다. 윌리엄 리 니오 최고경영자(CEO)는 배터리 스왑을 회사의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니오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은 물론 몇 분 만에 교환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니오가 처음 배터리 교환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18년 5월이다. 지금은 중국 전역에서 500곳이 넘는 배터리교환소를 운영 중이다. 니오의 배터리교환소에서는 5분 만에 새로운 배터리 팩으로 바꿀 수 있다. 배터리 교체 과정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자동으로 진행된다. 교체 후 배터리가 올바르게 설치됐는지, 배터리 시스템에 오류는 없는지 등에 대한 검사도 진행된다. 

니오의 배터리교환소는 하루 최대 312회의 배터리 교환이 가능하다. 니오는 배터리팩, 클라우드 기반 배터리 교환 일정 관리 시스템 등에서 1500개 정도의 특허를 취득했다. 배터리 교체를 수천 번 이상 진행해도 문제없을 강도의 기술도 확보했다. 지난해 10월 11일 이전 니오 전기차를 구매한 사람은 배터리 교환 서비스를 평생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후 구입한 사용자는 월 6회까지는 무료, 이후 kWh당 사용요금이 부과된다. 

니오는 중국 석유화학 기업인 시노펙과 협력해 큰 주유소 부지를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테이션 3㎞ 반경에 니오 전기차 사용자의 90% 이상이 위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니오는 또 중국 주요 고속도로에 100개 이상의 배터리교환소를 설치했다. 내년 중국 춘절(설날) 이전 '5종단 3횡단 4개 도시 클러스터'(베이징, 상하이, 선전, 청두·충칭)' 고속도로에 배터리교환망을 완성할 계획이다. 

니오는 지난해 8월 '서비스형 배터리'(Baas) 사업도 시작했다. 전기차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없이 차량을 팔고, 배터리를 구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70kWh 용량의 배터리의 경우 월 980위안(100kWh 배터리는 월 1480위안)에 구독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는 전기차를 7만위안(약 1283만원)가량 싸게 살 수 있고, 구독료만 내면 배터리 성능 저하 걱정 없이 탈 수 있다. 구독료에 따라 배터리 용량을 키울 수도, 반대로 줄일 수도 있다. 

니오는 최근 노르웨이에서 전기차 ES8 모델을 출시하고, Baas와 배터리교환 서비스도 시작했다. 내년에는 노르웨이 주요 5개 도시에 배터리교환소도 설치할 예정이다. 

배터리교환 통합 솔루션 제공하는 올턴

올턴은 지난 2000년 배터리 교체 사업 연구를 시작했다. 중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빨랐던 업체 중 하나다. 중국 국영 전력 회사인 국가전망공사(SGCC), 중국남방전망(CSPG) 등과 협력해 초기 배터리 교체 솔루션을 개발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엑스포 등에서 시범 사용하기도 했다. 1600개 이상의 배터리 교체 특허와 세계 최초 배터리 교환 CE(유럽공동체마크)도 획득했다. 

올턴은 니오, 지리와 달리 전기차 직접 판매보다는 위탁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택시나 공유 서비스용 전기차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턴은 사업 초창기 베이징자동차와 베이징차 산하 전기차 회사인 베이징신에너지자동차(BAIC BJEV)에 배터리 교환 장비를 납품했다. 

지금까지 올턴이 위탁생산한 배터리교환 방식의 전기차 모델 22종도 출시됐다. 올해 8월 말 기준 전국 24개 도시에서 481곳에 달하는 올턴의 전기차 배터리교환소가 운영 중이거나 건설되고 있다. 이미 이곳에서 1700만회 이상의 배터리 교체가 이뤄졌다. 특히, 올턴의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20초 만에 배터리 교체 과정이 끝난다. 

무섭게 추격하는 후발주자 지리

지리자동차는 니오와 올턴과 비교하면 거대한 완성차 업체다. 하지만 배터리교환 분야에서는 니오와 올턴을 추격하는 입장이다. 후발주자인 지리는 자회사인 지리테크놀로지그룹을 통해 엄청난 투자를 진행 중이다. 관련 연구 인력만 1000명에 달한다. 이를 통해 배터리교환 관련 기술에서 수백 개의 특허를 취득했다. 

지리는 지난달 중국 우전에서 열린 세계 인터넷 컨퍼런스에서 'E-에너지'라는 배터리교환 특허도 선보였다. 1분 안에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동차 운전자가 차에서 내릴 필요도 없다. 요금 결제는 스마트폰 앱으로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E-에너지는 현재 주로 상용차에 적용되고 있으나, 지리는 점차 상용차로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지리차의 배터리교환소는 면적이 126㎡ 정도로 어디든 쉽게 설치할 수 있다. 매일 1000개의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다. 지리 배터리교환소는 아직 100곳에 미치지 못하지만 2025년까지 5000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배터리 교환 방식이 유독 중국에서 환영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이 꼽힌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 아직 다른 나라에서 상용화되지 않은 배터리교환 방식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배터리교환 방식의 전기차 산업을 5G,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과 함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 중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신에너지자동차산업발전계획(2021~2035년)에서 배터리교환 방식을 강조했으며, 많은 지방자치단체도 독자적으로 배터리교환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전국자동차표준화기술위원회(NTCAS)를 통해 세계 최초로 배터리교환 국가표준도 만들었는데, 니오도 이 초안 작성에 참여한 바 있다.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은 전력망을 보완하는 축전소 역할도 한다. 배터리교환소에 있는 배터리에 남는 전기를 쌓았다가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에 전력망으로 보낼 수 있다. 국가 전력 인프라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배터리 교환 방식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도 있다. 표준화와 상호운용성이다. 표준화가 된다면 서로 다른 전기차라도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다. 다만, 표준화를 위해서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교환소를 짓기 위해서는 엄청난 초기 비용이 든다"며 "이 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교환 분야의 선두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앞으로 5년 정도면 중국 어디서나 배터리교환소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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