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의 거품이 터진 직후인 2008년 미국에서 우유 가격이 갑자기 올랐다. 한 경제학자가 낙농업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높아진 비용 탓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낙농업자의 설명은 이랬다. 젖소는 자주 휴식을 취할수록 우유를 더 많이 생산한다. 젖소를 위해 톱밥을 깔아주는 이유다. 그런데 2년 새 톱밥 가격이 크게 올랐다. 주택시장 침체로 새 집을 짓기 어려워지면서 건설 과정에서 나오는 톱밥 생산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미국 공공정책 전문가인 스티븐 로즈 버지니아대 명예교수가 이달 증보판을 내는 '경제학자의 세계관'(The Economist's View of the World)에 담긴 일화다.
블룸버그는 21일(현지시간) 이 책이 다룬 '톱밥의 경제학'이 최근 고조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의 복잡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혼란에는 우유와 톱밥처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다. 2008년 당시 미국 내 톱밥 가격은 1년 새 2배나 올랐다고 한다.
로즈 교수는 독자들을 향해 자신이 정치인이나 정책당국자라면 시민들의 불만을 어떻게 충족시키겠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예로 우유 생산업자들의 톱밥 비용 부담을 덜어주려고 나섰다가는 집값이 오르기 쉽다. 톱밥은 저렴한 건설자재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톱밥은 조경을 가꾸거나 목탄 등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우유 가격을 잡으려다 풍선효과만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로즈 교수는 "하찮은 톱밥의 예는 서로 다른 종류의 부족한 자원들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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