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테슬라·인텔 등 中 협력사 공장 생산 중단 잇따라
中경제 성장둔화, 글로벌 공급망 혼란 심화 우려 확산
중국이 전력 소비 단속에 나서면서 애플과 테슬라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의 현지 협력사들이 공장을 멈춰 세우고 있다. 안 그래도 문제인 글로벌 공급난이 더 심해지는 것은 물론 중국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애플·테슬라·인텔 등 中 협력사 공장 '스톱'
니혼게이자이신문 자매지인 닛케이아시아는 27일 애플과 테슬라의 핵심 공급업체들이 중국의 강화된 에너지 소비정책을 따르기 위해 현지 생산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최신 아이폰(아이폰13)을 비롯한 전자기기의 피크시즌에 공급망 연속성이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아이폰 조립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계열사인 에손(Eson)정밀공업은 전날 중국 장쑤성 쿤산시에 있는 생산시설의 가동을 이번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애플과 테슬라에 핵심 기계부품을 납품하는 이 회사는 이번 조치가 산업용 전기 공급을 중단한다는 시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프린트 회로판 생산업체인 유니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전날 정오부터 이달 말까지 장쑤성 쑤저우와 쿤산에서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애플 납품업체인 이 회사는 이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생산처를 옮길 것이라고 했다.
아이폰 스피커를 만드는 콘크래프트홀딩스 역시 다른 두 대만 회사와 마찬가지로 전날 대만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쑤저우 공장의 생산을 오는 30일 정오까지 닷새 동안 중단한다고 알렸다.
폭스콘 다음 가는 아이폰 조립사인 페가트론은 전날 밤 닛케이아시아에 쿤산과 쑤저우 공장이 평소처럼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회사는 시정부의 추가 통보에 대비해 예비발전기를 준비해뒀다고 했다.
닛케이아시아는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하이난성 룽화, 광둥성 선전, 산시성 타이위완, 허난성 정저우 등지에 있는 폭스콘의 공장들도 전날까지는 중국의 전력 공급 제한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 다국적 반도체기업들의 몇몇 중국 협력사들은 장쑤성 공장의 가동을 며칠 중단하라는 당국의 통보를 받았다고 복수의 소식통들은 전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NXP, 인피니온, ASE테크홀딩 등에 반도체 패키징 소재를 납품하는 대만의 창화테크놀로지는 전날 공시를 통해 이달 말까지 생산을 중단하라는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전력 사용 제한 中경제, 글로벌 공급망 위협
중국이 경제 성장엔진의 한 축인 산업계의 전력 사용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건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한 가운데 전력 수요는 폭증하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이 치솟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2030년을 정점으로 탄소 순배출량을 감소세로 뒤집어, 궁극적으로 206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제로(넷제로·탄소중립)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주 유엔 총회에서 그린에너지 정책을 강조하며 앞으로 석탄 발전소를 짓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서 이미 알루미늄 제련소, 섬유업체, 콩 가공업체 등이 생산 제한, 일부는 생산시설 전면 폐쇄 조치를 당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23개 성(省)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중앙정부의 에너지 효율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전력 사용 제한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의 3대 산업거점인 장쑤, 저장, 광둥성이 가장 취약한 상태라고 한다. 이들 지역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달한다.
닛케이아시아는 전력 제한에 따른 중국 내 생산 중단이 반도체난에서 비롯된 글로벌 기술·자동차업계 공급대란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부품 공급난이 이미 심각한 상황인 데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그나마 활발하게 공장을 돌렸던 생산거점들도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무라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시장이 지금은 에버그란데(헝다)그룹 사태와 부동산 부문에 대한 중국의 유례없는 제한 조치에 집중하고 있는데, 공급 측면의 또 다른 충격은 과소평가하거나 심지어 지나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무라는 전력난 여파로 중국이 3분기에 역성장할 것으로 봤다.
노무라의 루팅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전력 제한이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머잖아 섬유, 장난감, 기계부품 등의 부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전력 사용 제한이 이미 많은 압력에 직면한 중국 경제에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친환경 정책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중국은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6% 이상으로 정했다. 상반기엔 12.7%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래리 후 맥쿼리그룹 중국 경제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중국 당국자들이 탄소배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남은 기간 성장둔화를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강력한 성장세를 감안하면, 6% 이상이라는 성장률 목표는 달성하기 쉽지만 탄소배출 목표는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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