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한 트레이더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한 트레이더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가 20일(현지시간) 급락했다. 다우,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각각 2% 안팎 떨어졌다. 시장 간판지수인 S&P500지수는 하루 낙폭(-1.70%)이 지난 5월 이후 가장 컸다. 세 지수 모두 월간 기준으로 약 1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태세다.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 에버그란데(헝다)그룹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둘러싼 우려가 투매를 자극했다. 같은 날 홍콩증시에서 이 회사 주가가 10% 추락한 데 따른 충격이 아시아, 유럽에 이어 미국 증시까지 이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21~22일)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진 터라 외부 충격에 취약했다.

시장에 번진 위험자산 회피 심리는 월가에서 '공포지수'로 통하는 변동성지수(VIX)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수는 이날 한때 전 거래일보다 40% 가까이 오른 28 후반대까지 치솟아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VIX는 S&P500지수 옵션 가격을 반영한다. 보통 10~20에서 움직이는데, 시장의 공포가 커지면 보험의 일종인 옵션 가격과 함께 VIX도 오른다.

자료=인베스팅닷컴
자료=인베스팅닷컴

◇'리먼급 아니다' 낙관 시나리오 우세하지만...

이날 글로벌 시장이 연쇄반응을 일으키긴 했지만, 월가에서는 아직 에버그란드 사태가 리먼급의 후폭풍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분위기다. 리먼 사태는 2008년 9월 당시 미국 4위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사건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본격화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중국 은행권을 맡고 있는 밍 탄 이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에버그란데의 디폴트가 그 자체로는 중국의 신용위기를 촉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버그란데에 대한 대출 등 은행권의 노출 위험(익스포저)이 분산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다만 부채가 많은 다른 부동산개발업체들이 동시에 파산하면 중국 금융시스템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은 물론 사회 전반에 혼란을 야기할 무질서한 디폴트를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 정부가 직접 에버그란데를 구제하고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질서정연한 디폴트'를 통한 영업 정상화를 유도할 것이라는 게 월가의 기본 시나리오다.

◇S&P500 20% 추락 '얼음' 시나리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이번 투매 바람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하지만,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모건스탠리의 두 시나리오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얼음'(ice)과 '불'(fire) 시나리오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낸 투자노트에서 얼음과 불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더 큰 시나리오는 얼음이라고 했다.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고, 물류 이동량을 비롯한 고빈도 거시경제 지표가 둔화하면 S&P500지수가 20% 추락하는 '파괴적인'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에버그란데 사태가 경기 냉각을 부추길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비해 불 시나리오는 완만하고 건전한 10% 수준의 조정 가능성이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경제의 과열로 연준이 통화부양에서 손을 떼기 시작하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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