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 공정으로 만들어진 반도체. /사진=삼성전자
초미세 공정으로 만들어진 반도체.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과정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前)공정과 후(後)공정이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트랜지스터 등의 전자 회로를 새기는 것이 전공정, 웨이퍼를 잘라서 절연체로 감싸고 배선을 깔아 반도체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후공정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를 덮친 반도체 품귀 현상은 전공정 과정에서 발생했다. 대만과 한국 등에 집중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수급 균형이 무너진 것이 원인이었다. 특히,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의 TSMC가 자동차 반도체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 품귀 현상으로 이어졌다.

최근 반도체 공급 위기는 후공정으로 번지고 있다. 조립공정이라고도 불리는 후공정은 전공정과 달리 일손이 꽤 필요하다. 그래서 반도체 업체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에 많이 진출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는 독일의 인피니온 테크놀로지, 네덜란드의 NXP 반도체, 스위스의 ST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등이 후공정 공장을 세웠다.

코로나 감염증 확산은 이들 반도체 공장에 충격을 줬다.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반도체 공급망에 혼란이 생겼다. 이들로부터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받던 완성차 업체는 어쩔 수 없이 감산해야 했다. 지난달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오토포어캐스트솔루션은 올해 반도체 부족으로 세계 자동차 생산이 716만 대가량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된 세계 반도체 분업 시스템이 망가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반도체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났다"며 "구조적 취약점 해소에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생산 장비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며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은 내년 이후 풀릴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제3, 제4의 위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