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개발한 전기차 배터리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개발한 전기차 배터리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 투자 확대를 위해 추진하던 페루 가스전 지분 매각이 페루 정부의 반대로 지연되자 국제 중재 재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배터리 사업 투자를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일반 주주의 반대에도 배터리 사업 분할과 상장을 결정한 배경에도 페루 가스전 매각 차질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9월 중남미 최대 가스전인 페루 카미시아 가스전 88·56광구 지분 17.6%를 아르헨티나 석유기업 플러스페트롤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금액은 10억5200만달러(약 1조2400억원). SK이노베이션은 이를 배터리 사업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원래 예상대로라면 매각 작업은 지난해 상반기 끝나야 했다. 하지만 페루 정부가 플러스페트롤의 부패 사건 연루 전력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페루 정부는 플러스페트롤이 SK이노베이션의 카미시아 가스전 지분을 사기 위해서는 카미시아 가스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헌트오일, 렙솔, 소나트락, 텍페트롤 등의 동의를 받아오라고 했다.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였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페루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 재판소에 중재를 요청했다. 페루 정부에도 관련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페루 정부가 카미시아 가스전 지분 매각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했다"며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페루 정부가 국제법은 물론 한국과 페루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위반하고 있다"며 "이번 거래가 무산되면 페루도 10억달러(약 1조1777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게 된다"고 했다.

페루 가스전 지분 매각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분할, 상장을 추진하는 것에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가스전 매각 불발로 대규모 자금 조달이 막힌 SK이노베이션이 사업 분할을 서둘렀다는 것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배터리와 석유개발 사업 분할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 신설법인인 SK배터리와 SK이앤피가 공식 출범한다. SK이노베이션은 SK배터리를 이른 시일 내에 상장 시켜 배터리 사업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일반 주주 대부분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분할 결정에 반대했다. 지난 6월 말 주당 30만원을 바라보던 SK이노베이션 주가가 분할 결정 이후 한때 23만원대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카미시아 가스전 매각에는 페루 정치권은 물론 페루에너지광산부, 경제부 국영 석유기업인 페루페트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며 "소송의 끝을 알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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