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팬데믹, 美긴축압력 신흥시장 '이중고'"

지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사진=국제통화기금 웹사이트
지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사진=국제통화기금 웹사이트

국제통화기금(IMF)이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예상보다 빠른 통화긴축 신호에서 비롯된 긴축발작(taper tantrum)이 재발하면, 신흥시장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긴축발작은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 가능성을 처음 시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겪은 파란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차입금리가 급등하면서 신흥시장 취약국들이 특히 직격탄을 맞았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신흥시장이) 훨씬 격렬한 역풍에 직면해 있다"며 "여러 다른 면에서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에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융시장에 발작을 일으키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잭슨홀미팅 연설에서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가 직접 이를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피나스는 세계적인 경기회복세가 팬데믹 사태로 억눌렸던 수요를 급팽창시키면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병목현상이 빚어졌지만, 다른 곳(신흥시장)에서는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은 신흥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위협 요인이다.

고피나스는 인플레이션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더 높아지면, 미국에서 예상보다 훨씬 빠른 통화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현재로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위협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기대 이상으로 커지면 테이퍼링, 양적완화 중단, 금리인상으로 이어지는 통화정상화 속도가 신흥시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고피나스는 신흥시장이 이중고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백신 수급이 여의치 않아 팬데믹의 대규모 확산 우려가 큰 데다 연준의 통화긴축 압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IMF는 지난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신흥시장의 이중고 등으로 2025년까지 4조5000억달러 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고피나스의 전임자인 모리스 옵스펠드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교수는 특히 중저소득 국가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팬데믹 사태 이후 부채가 급격히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큰 신흥국들의 정부 부채는 지난해 GDP의 52.2%에서 60.5%로 늘었다. 팬데믹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동원하면서 증가세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낙관론자들은 많은 신흥국들이 2013년 긴축발작이 일어났을 때보다 체력이 좋아졌다고 지적한다. 외환보유액이 늘고, 재정수지와 경상수지도 개선됐다는 것이다.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고, 큰 규모의 통화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고피나스와 옵스펠드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옵스펠드는 연준의 통화긴축이 갑자기 달러 조달 환경을 악화시키면 신흥시장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IIF에 따르면 2020년 2~4분기에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으로 유입된 글로벌 자금은 3600억달러가 넘는다. 올 들어 신흥시장을 향한 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하긴 했지만, 많은 신흥국이 여전히 급격한 자본유출에 취약한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브라질, 헝가리, 멕시코, 러시아 등 일부 신흥국들은 이미 인플레이션 압력에 밀려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자본유출과 현지통화의 평가절하를 막으려면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 금리인상은 경기 압박 요인이 된다.

고피나스는 중앙은행들이 통화긴축 역풍을 막으려면 시장과의 투명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잘 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파월은 잭슨홀 연설에서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금리인상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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