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큰손' 노르웨이 국부펀드, ESG 등급 대신 원자료 분석
2012년 이후 370개 기업 투자 배제 '블랙리스트'...최근 9곳 추가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국부펀드 가운데 세계 최대인 약 1조4000억달러(약 1660조원)를 운용한다. 글로벌 상장기업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큰손이기도 하다. 그만큼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투자방침은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 규모가 가장 큰 펀드로 꼽히기도 한다. ESG 경영과 관련해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눈 밖에 나면 절호의 투자유치 기회를 놓치기 쉽다. ESG 경영 압력을 받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중앙은행(노르게스방크) 산하 투자운영위원회(NBIM)가 최근 분명한 방침을 밝혀 주목된다.
패트릭 뒤플레시스 NBIM 리스크(위험) 모니터링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지난 14일 '블룸버그 그린'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ESG) 등급을 이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오직 근본적인 데이터를 분석해 알아낸 정보를 투자 포트폴리오 결정 지침으로 쓸 뿐"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ESG 등급은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ISS ESG, S&P글로벌, MSCI 등 ESG 전문 평가기관이나 신용평가사, 주가지수 공급사 등이 내지만, 아직 평가 기준이나 규제가 정비되지 않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투자를 받기 위해 겉으로만 ESG를 강조한 채 불투명한 기준의 등급을 내세우는 이른바 'ESG 세탁', '그린워싱'을 둘러싼 우려가 나올 정도다.
한 예로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는 핵무기 생산에 관여하기 때문에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일찍이 블랙리스트에 올려 투자를 배제하고 있다. BAE시스템스의 ESG 등급은 극과 극이다. MSCI에서는 'AA' 등급을 받았지만, ISS ESG는 최하등급인 10등급을 줬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사전 검토와 일련의 ESG 테스트를 거쳐 대표 종목을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할지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주 발표한 새 방침에 따라 이미 9개 종목을 포트폴리오에서 뺐다. 지난 2012년부터 370개 종목 가까이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블랙리스트에 올린 종목을 공개하지 않는 대신 목표 달성에 실패한 기업들의 수는 정기적으로 공표할 예정이다.
뒤플레시스는 기업들을 평가할 때 물사용, 생물다양성, 아동권리 등 모든 걸 따져볼 것이라며, ESG 등급은 그 자체로가 아니라 배경이 된 원자료를 통해 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은 ESG 등급 자료를 분해하는 일"이라며 등급을 내는 데 배경이 된 근본 자료를 분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플레시스는 ESG 등급을 활용하는 투자자들이라면 그게 뭔지 잘 알아야 할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등급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등급 자체보다 그 배경이 된 자료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한국 증시에도 500개 기업을 통해 184억달러(약 21조8200억원, 지난해 기준)를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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