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태양광 발전소 건설 실적 올해도 역대 최대 경신 전망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 우려로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에너지 가격 상승세를 둘러싼 우려가 컸다. 유럽과 중국에서 심각한 전력난이 불거진 가운데 미국은 한국, 일본, 중국 등 주요 원유 수입국들과 함께 전략비축유 공동 방출에 합의했을 정도로 위기감이 컸다.
이에 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는 2일(현지시간) 내년 1월 하루 40만배럴 증산 계획을 고수하기로 했다. OPEC+는 시장 환경을 감안해 언제든 공급량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증산 기대를 꺾은 이번 결정으로 원유 강세장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의 오는 2023년 평균 가격 전망치로 배럴당 85달러를 제시했다. 최근 70달러 선에서 20%가량 더 오를 것으로 본 셈이다.
주목할 건 에너지, 특히 화석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의외의 소득도 있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 혁명을 촉진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천연가스·석탄 가격 상승에 신재생에너지 '탄력'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1일 발표한 보고서(Renewables 2021)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풍력·태양광 발전소 건설 실적이 역대 최대를 경신할 전망이다. 올해 새로 도입되는 용량은 약 290기가와트(GW)에 이를 전망인데, 이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보다 3% 늘어나는 것이다. IEA는 이 추세가 2026년까지 이어져 연평균 305GW가 추가 될 것으로 봤다.
풍력·태양광 발전에 대한 투자 바람은 관련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설비 관련 수송비는 약 6배, 태양광 패널에 쓰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4배 이상 올랐다. 패널과 터빈, 전기배선에 사용되는 강철, 구리, 알루미늄 가격도 50% 이상 상승했다.
그럼에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건설이 잇따르는 건 화석연료를 주요 기반으로 생산되는 전기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도매 전기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영국, 스페인, 독일에서는 2배 넘게 뛰었다. 난방이나 발전용 천연가스나 석탄 등 연료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다.
이러한 가격 상승세는 원래 10~25년분의 전력을 계약요금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 기존 풍력·태양광 발전소의 채산성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신규 프로젝트의 경우 합의 조건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
◇2021~2023년 글로벌 청정에너지 재정부양 566조원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점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도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따른 재정부양 필요성도 이 부문에 대한 정부 지원을 부채질하고 있다.
IEA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에서는 승인된 청정 에너지 부문 지출안 규모는 총 4800억달러(약 566조원)에 이른다. 이 중 대부분이 2021~2023년 사이 집행될 전망이다. 덕분에 2026년까지 전체 에너지 가운데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유럽은 절반, 중국 40%, 미국과 인도는 각각 30%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IEA는 예상했다.
◇공급망 혼란에 신재생에너지 비용 상승 반전은 부담
올해 일어난 공급망 혼란 사태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한창이던 극적인 비용 절감 추세를 뒤집었다. 지난 12년간 태양광 패널 가격은 약 90%, 풍력 터빈 가격은 약 70% 하락했지만, 최근 가격은 대부분 지역에서 지난 2년 평균치보다 10~25% 올랐다.
이에 따라 풍력 터빈이나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들은 신규 계약 가격을 인상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터빈업체인 지멘스가메사는 올 들어 두 차례나 수익 악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IEA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신규 프로젝트가 최근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비용 절감 추세를 전제로 한 프로젝트의 발전량이 약 100GW에 이른다. 원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이런 프로젝트들이 연기되거나 프로젝트 완료 이후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금리상승' 부담..."'2050년 넷제로' 역부족" 지적도
IEA는 다만 향후 1~2년 새 원자재 가격이나 물류비가 정상화하면, 최근의 비용 상승 부담이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진행에 큰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일련의 프로젝트들이 장기적으로 조달하는 자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가장 큰 위험은 아마도 금리상승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규제 승인 신속화나 송전망 확충, 발전설비의 입찰 용량 확대 등의 정책 변화로 프로젝트의 채산성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각국 정부는 지난달 영국 글래스고에서 폐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계기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신속한 진행에 힘을 보탤 태세다.
문제는 현재 예상되는 신재생에너지의 급속한 보급을 통해서도 '2050년 넷제로(탄소 순배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목표를 달성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이라고 IEA는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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