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SWIFT 퇴출' 극약처방에도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 지속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급기야 '최후수단'으로 거론되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 금융결제망에서 퇴출하기로 한 것이다.
주목할 건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즈프롬은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출이 예상대로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4일에는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이 오히려 40% 가까이 늘었다.
미국 인터넷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7일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는 아직 서방의 직접 제재 대상에 들지 않았다며,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계속 끊지 못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 40%
유럽도 한때 북해에서 천연가스를 충분히 공급받았지만, 지금은 거의 바닥난 상태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러시아에 코가 꿰인 이유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의 최대 천연가스 공급원으로 전체 공급의 약 40%를 책임진다. EU의 두 번째 가스 공급원인 노르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의 두 배가 넘는다.
윌리엄 잭슨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지난해 유럽에 약 1000억달러어치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판 것으로 추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이 2020년에 쓴 가스의 3분의 1을 공급한 게 바로 가즈프롬이다.
◇최대경제국 獨도 속수무책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독일은 가스 공급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한다. 단계적인 원전 폐쇄를 추진하며 천연가스 비중을 높이면서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더 들여오기 위해 양국을 잇는 가스관 '노드스트림2' 프로젝트를 벌였을 정도다.
독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제재의 일환으로 노드스트림2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프로젝트를 완전히 취소한 것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저렴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4일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물량이 대폭 늘어난 건 이번 사태로 비러시아산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탓이라고 설명한다.
슈테판 울리히 블룸버그NEF 가스 애널리스트는 비러시아산 가스 가격이 가즈프롬과 계약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을 훌쩍 웃돌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민감한 EU정치권
에너지 가격 급등은 표심을 의식해야 하는 유럽의회 의원들이 바라는 바도 아니다. 유럽에서는 안 그래도 글로벌 공급망 혼란과 탈탄소 바람 등의 여파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을 둘러싼 불만이 고조돼 있기 때문이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천연가스 수입에 어떤 혼란이라도 일어나면 EU가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갈 길 먼 신재생에너지 전환
EU가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속력을 내고 있지만, 전환속도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출 정도가 못 된다.
EU가 쓰는 에너지 가운데 천연가스 비중이 25%에 달하고, 원유와 석유류가 32%, 석탄을 비롯한 고체화석연료는 11%나 된다. 신재생에너지와 바이오연료는 아직 18%에 불과하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식량' 밑천
유럽이 쓰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상당량은 질산암모늄과 요소 같은 비료의 주요 원료를 만드는 데 쓴다. 가스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곡물 작황, 궁극적으로 먹거리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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