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0에서 5300까지 20% 차이...10년 새 두번째 큰 격차
연준 통화긴축, 인플레이션, 팬데믹 등 변수 예측 어려워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한 트레이더가 심각하게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한 트레이더가 심각하게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미국 월가에서 내년 증시 향방을 놓고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월가에서 제시한 S&P500지수의 내년 목표치는 4400~5300으로, 그 격차가 약 20%로 최근 10년 새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고 블룸버그가 9일 지적했다. 

지수는 전날 4701.21을 기록했다. 월가 전망대로라면 내년에 6% 넘게 내리거나, 13% 가까이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조슈아 레오나르디 TD프라임서비스 이사는 월가의 내년 증시 전망의 격차가 큰 건 변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인플레이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등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얕은 약세장' 온다...내년 말까지 6% 하락 전망도

한 예로 에드 클리솔드 네드데이비스리서치 수석 전략가는 기업들의 순이익 성장둔화와 예상보다 센 연준의 통화긴축정책이 미국 증시를 내년에 '깊이가 얕은 약세장'(shallow bear market)에 밀어넣을 것으로 예상했다. S&P500지수가 내년 한때 전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뉴욕증시의 지속적인 랠리 행진이 잠시나마 중단되는 걸 의미한다. S&P500지수가 5% 넘게 떨어진 건 지난 13개월간 단 한 차례뿐이었다.

클리솔드는 다만 뉴욕증시가 종국에는 상승세로 내년을 마감할 것으로 봤다. 그가 제시한 S&P500지수 내년 마감가는 5000 수준. 지금보다 6%가량 더 뛸 수 있다는 얘기다.

클리솔드는 전날 낸 투자노트에서 "내년 상황이 거의 확실하게 시장 친화적이지 않다"며 수익률이 둔화하고, 시장의 후퇴가 더 잦아져 두 자릿수의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S&P500지수가 내년에 4400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 건 모건스탠리다. 이 은행은 순익 성장세 둔화, 채권 금리 상승, 공급망 혼란에 따른 기업들의 비용 증가 등이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S&P500지수 추이/자료=FRED
S&P500지수 추이/자료=FRED

◇JP모건은 내년 팬데믹 종식 전망, 목표치 상향

반면 크레디트스위스, JP모건체이스 등은 낙관론을 제기했다. 

조나단 골럽 크레디트스위스 수석 미국시장 전략가는 S&P500지수의 내년 목표치를 5200으로 오히려 200포인트 높여 잡았다. 기업 실적과 금융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JP모건체이스 마르코 콜라노빅은 내년에 팬데믹 사태가 종식되고 경제가 완전한 회복세를 띠면서 시장 변동성이 잦아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내년 S&P500 목표치를 최근치보다 8%가량 높은 5050으로 제시했다.

◇올해도 예상 빚나가...이윤폭·연준이 최대 변수

블룸버그는 올해 증시 전망도 쉬운 게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 지난 1월 예상한 올해 S&P500지수 목표치 가운데 가장 높은 게 4400이었다는 것이다. 지수는 최근 오미크론 변이 공포로 급락하기도 했지만, 저가 매수세 덕분에 사상 최고치 근처로 복귀했다.

클리솔드도 제 전망의 허점을 인정했다. 기업들의 이윤폭이 '와일드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에 임금인상 압력이 S&P500 기업들의 이윤폭을 0.3%포인트 위축시킬 것으로 봤는데, 지난 40년간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경기확장기에 이윤폭이 축소된 사례는 흔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통화긴축 향방도 증시 전망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인상이 꼭 강세장에 제동을 거는 건 아니지만, 긴축주기 초반의 금리인상 속도는 증시 성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드데이비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80년간 더딘 금리인상기에는 S&P500지수가 11% 올랐지만, 금리인상 속도가 빠를 때는 2.7% 하락했다.

클리솔드는 금리인상 여파로 내년 상반기에 증시가 하방압력을 받으면 코로나19, 공급망, 인플레이션 등의 리스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우량 대형주와 안정적인 성장세를 뽐내는 종목들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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