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 점증...내년 세 차례 금리인상 관측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부터 통화긴축 첫 행보인 테이퍼링에 나선다. 테이퍼링은 미국 국채 등 시중 자산을 매입해 돈을 푸는 양적완화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경기부양에 집중했던 통화정책 기조를 정상화하는 첫 걸음이자, 기준금리 인상이 머지 않았음을 예고하는 행보다.

◇11월 테이퍼링 개시...내년 금리인상 속도는?

연준은 3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끝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0.25%로 동결했다. 아울러 시장에서 예상했던 대로 "이달 중"(later this month) 월간 150억달러 규모의 테이퍼링을 시작하기로 했다. 연준은 미국 국채 800억달러, 모기지담보부증권(MBS) 400억달러 등 매월 1200억달러어치의 자산을 매입해왔다. 테이퍼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8개월 뒤인 내년 6월이면 자산매입액이 제로(0)가 돼 양적완화가 완전히 끝난다.

연준은 성명에서 "매월 같은 규모로 자산매입액을 축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테이퍼링 속도 조절 가능성을 열어둔 셈인데,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근거로 연준이 내년 중반이면 양적완화를 끝내고 기준금리 인상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연준이 당초 예고한 것보다 훨씬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지난 9월 FOMC에서 내년 한 차례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기준금리를 최소 세 차례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에 두 차례, 심지어 최근에는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서 한발 물러난 연준

연준이 이날 낸 성명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해 전과 조금 다른 분위기가 풍겼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일시적인 요인을 널리 반영하고 있다"에서 "일시적으로 전망되는 요인을 널리 반영하고 있다"고 문구를 수정했다. "인플레이션 위협은 일시적"이라고 단정했던 데서 한발 물러난 셈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의 뒤에 가진 회견에서 "공급제약이 생각보다 크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며 "개인과 가계에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공급난은 최근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는 주요인이다.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변동률 추이(전년동기대비 %)/자료=FRED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변동률 추이(전년동기대비 %)/자료=FRED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9월 전년동기대비 3.6% 올랐다. 이는 연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훌쩍 넘는 것으로, 1991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인력부족에 따른 임금인상 압력이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파월은 그러나 내년 중반께는 공급망의 병목현상이 누그러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낮아질 것으로 봤다.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 비친 '긴축발작' 악몽

테이퍼링과 관련해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2013년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긴축발작'(taper tantrum) 재발 가능성이다. 긴축발작은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단지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한 게 방아쇠가 됐다. 세계적으로 차입금리가 급등하면서 신흥시장 취약국들이 특히 직격탄을 맞았다. 

연준은 그해 12월 테이퍼링을 시작해 이듬해 10월 양적완화를 완전히 끝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15년 12월에 시작됐고, 2017년 10월에는 보유 국채를 실제로 줄이며 장부상 자산 축소에 나섰다. 이전까지는 국채 상환분 등을 재투자하며 장부상 자산 잔고를 유지했다. 사실상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이어온 셈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이번 통화정책 정상화도 이와 같은 순서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시장이 일찍이 연준의 11월 테이퍼링 착수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크게 동요하지 않은 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신흥국들이 2013년 긴축발작을 겪었을 때보다 체력이 좋아졌다는 지적도 많다. 외환보유액이 늘고, 재정수지와 경상수지도 개선돼 외풍에 보다 강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연준의 통화긴축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경우다. 지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회견에서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고 큰 규모의 통화긴축에 나서면 신흥국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계속 인플레이션 위협을 과소평가하다가는 시간에 쫓겨 통화긴축 속도제한선을 넘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급박한 상황에 처한 연준에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자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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