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TV 화면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을 발표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지난 3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TV 화면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을 발표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중에 양적완화(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 바람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2013~2014년의 '긴축발작'(taper tantrum)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당시 테이퍼링은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부터 수년간 경기부양 모드에 맞춰 둔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첫 단계로 인식돼 시장의 우려를 사기 충분했다. 

주목할 건 저금리 달러 자금이 쏟아져 들어와 호황을 누린 신흥시장은 긴축발작 충격이 상대적으로 컸지만, 미국 증시가 받은 타격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 투자정보분석업체인 CFRA리서치의 샘 스토벌 수석 투자전략가는 지난 7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미국 증시는 '긴축발작'이라고 알려진 매우 경미한 '풀백'(pullback) 뒤에 반등했다"고 지적했다. 

'후퇴'를 뜻하는 풀백은 증시에서 주가가 전 고점 대비 5~10% 하락하는 걸 말한다. 낙폭이 10% 이상이면 '조정'(correction), 20% 이상이면 '약세장'(bear market)에 들어섰다고 한다.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테이퍼링 시사 발언, 테이퍼링 착수(2013년 12월), 테이퍼링 종료(2014년 10월)까지 S&P500지수 추이/자료=FRED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테이퍼링 시사 발언, 테이퍼링 착수(2013년 12월), 테이퍼링 종료(2014년 10월)까지 S&P500지수 추이/자료=FRED 

2013~2014년 글로벌 증시를 위협한 긴축발작은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처음 시사하면서 불거졌다. CFRA리서치에 따르면 버냉키의 관련 발언 이후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은 한 달 새 5.8% 하락했지만, 같은 해 말까지는 오히려 17.5% 올랐다. 스토벌의 말대로 "매우 경미한 풀백"이었던 셈이다.

S&P500지수는 실제 테이퍼링이 진행된 기간(2013년 12월~2014년 10월)에도 11.5% 뛰었다. 

스토벌은 미국 경제가 양적완화를 끝낼 정도로 강해졌다면 증시에도 좋은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판단이 주가 상승의 배경이 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발작'이 있었지만, S&P500지수가 한 달간 6%도 안 되게 하락했을 뿐"이라며 "사람들은 마치 약세장이라도 있었다는 듯이 얘기하는데, 그저 풀백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최근 1년 S&P500지수 추이/자료=FRED

스토벌은 S&P500지수가 지난 9월 5.2% 밀린 게 2013년 5월 버냉키 발언 뒤 한 달간의 풀백과 같은 것일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증시의 긴축발작이 이미 끝났는지 모른다는 얘기다.

CFRA리서치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증시는 60번의 풀백을 겪었는데, 풀백이 일어난 다음달에 평균 3.3% 올랐다. 증시가 반등한 경우가 전체의 92%라고 한다. 또 이같은 회복기 이후 100일간은 평균 8.4% 뛰었다.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면 최근 한창인 미국 증시의 랠리가 내년 1월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역사적 경험대로라면 S&P500지수가 내년 2월 또다시 풀백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미국 증시에서 2월은 1년 중 최악인 9월 다음으로 성적이 나쁜 달이기도 하다. 내년 2월 증시 변동성을 키울 잠재적인 악재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재임 불발 등이 꼽힌다.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이 시장의 기대와 달리 물러나게 되면 통화정책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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