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랠리를 주도해온 기술주를 놓고 헤지펀드들의 베팅 방향이 극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똑같은 종목을 두고 곰(약세론자)과 황소(강세론자)가 겨루고 있는 형국이다.
1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헤지펀드들의 상위 50개 롱(매수) 포지션 대상에 10여개의 기술주가 포함됐다. 주목할 건 똑같은 종목들이 상위 50개 숏(매도) 포지션 표적에도 들었다는 점이다. 헤지펀드들의 베팅 방향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리기는 2010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모건스탠리는 각각의 50개 종목이 뭔지는 밝히지 않았다.
기술주는 미국 증시가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 저점에서 반등해 강세장을 지속하도록 이끈 일등공신이다.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지난 30일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여전히 강력한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기술주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건 그만큼 좋은 종목을 선별하기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그만큼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행보를 둘러싼 부담이 크다는 방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성장주의 대표격인 기술주는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커 고평가되기 쉽지만, 인플레이션 위협과 이에 따른 금리상승 전망이 우려를 더하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금리상승기에는 고평가된 성장주보다 저평가된 가치주에 투자가 몰리게 마련이다.
벤자민 던 알파띠어리어드바이저스 대표는 블룸버그에 "성장주가 흔치 않은데 성장주를 가져야 겠다면 (기술주에 대해) 롱 포지션을 취하면 된다"며 "성장주가 흔치 않은 게 아니거나,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연준이 더 공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면 쇼 포지션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기술주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분열이 3분기 실적발표 시즌을 앞두고 두드러진 점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 던은 일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기술업종에 닥친 문제를 알아차렸거나, 한 두 분기쯤 실적이 나쁠 것으로 보고 건너 뛰려 했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실제 3분기에는 뉴욕증시 대표 기술주인 애플, 아마존 등이 기대보다 못한 실적으로 시장에 실망을 줬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미국 증시 주요 업종 가운데 기술업종에 대한 공매도가 가장 많이 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 고객들이 올해 추가한 공매도 가운데 절반이 기술주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기술주에 과도하게 몰렸던 매수 베팅이 결국 실패로 끝난 사례들도 매도 베팅을 부추기고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꼬집었다.
모건스탠리는 다만 기술주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매도, 매수 베팅이 겹치고 있는 걸 헤지펀드업계 전체로 보면, 투자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