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경종 울린 IPCC 보고서...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촉구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현장/사진=AFP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현장/사진=AFP연합뉴스

"향후 수세기가 지나도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9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적나라한 경고를 담고 있다. 보다 과감한 대응으로 기후재앙을 피해야 한다는 절박감과 더불어 돌이킬 수 없는 변화에는 적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돌이킬 수 없는 변화도...구테흐스 "인류에 대한 '코드레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를 "인류에 대한 '코드레드'(code red)"라고 표현했다. 코드레드는 매우 심각한 위기상황에 대한 경고를 뜻한다. 그는 "경종이 귀청을 찢을 듯 울리고, (기후위기의) 증거는 반박할 수 없다"며 "화석연료가 타면서 나오는 온실가스와 남벌이 지구를 질식시키고 있고, 수십억명이 즉각적인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의 증거는 최근 더 뚜렷해지고 있다. 올 여름 세계 곳곳에서 살인적인 폭염과 산불, 홍수가 일어났다. 특히 독일 등 유럽을 집어삼킨 홍수의 위력은 선진국의 기후위기 대응체제의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은 다른 지역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온난화를 겪고 있다. 시베리아의 지난해 1~6월 평균 기온은 1981~2010년 같은 기간보다 5도 이상 높았다. 

폭염 사망자도 늘고 있다. 의학 전문지 랜싯에 따르면 2000~2018년 65세 이상인 사람이 더위로 사망할 확률이 55% 높아졌다. 국제노동기구(ILO) 오는 2030년까지 8000만명(정규직 기준)분의 노동력을 '열 스트레스'로 잃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조4000억달러(약 2750조원)로 추산됐다. 

기후학자들은 보고서에서 온난화가 인류의 책임이라는 건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에 따른 기후변화가 지구 전체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일부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변화이고, 해수면 상승 같은 다른 일부 변화는 수백, 수천년이 지나도 되돌릴 수 없을 것으로 봤다. 적응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동영상=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유튜브 계정

◇지구 기온 1.1도 올라...재앙 피하려면 2050년 '넷제로' 달성해야 

전 세계 190여개국은 2015년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파리협정은 산업혁명 이후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2도보다 상당히 낮게 유지하는 걸 과제로 삼았다. 더 가깝게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는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해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다.

지구 기온 상승 억제선을 1.5도로 잡은 건 지구 기온이 이만큼 오르면 생태계와 식량안보 등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지구 기온 상승폭이 제한선인 1.5도에 이르면 해수면 상승과 태풍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1억4000만명이 침수 등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봤다. 폭염, 폭우로 일부 동식물은 멸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구 평균 기온 추이(왼쪽), 산업혁명기 이후 지구 기온 변동 추이(빨강은 인간·자연 영향 반영, 회색은 자연 영향만 반영)/자료=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지구 평균 기온 추이(왼쪽), 산업혁명기 이후 지구 기온 변동 추이(빨강은 인간·자연 영향 반영, 회색은 자연 영향만 반영)/자료=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혁명기인 1850~1900년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이미 1.1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20년간 즉각적이고, 신속한 대규모 온실가스 감축 없이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IPCC는 특히 온실가스 중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지속되면 당장 공기질이 개선되고, 향후 20~30년에 걸쳐 지구 기온이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보고서는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삭감해 2050년께 넷제로를 달성하지 않으면, 21세기 안에 1.5도와 2도를 모두 넘을 것"이라며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이 21세기 말에 최대 5.7도에 이를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내놨다.

보고서는 다만 대기 중에 이미 방출된 온실가스를 감안해 2030년까지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할 필요도 있다며, 궁극적인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면 1.5도 억제선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11월 COP26이 고비...韓 새 감축 목표 발표

파리협정에 따라 채택국은 자발적으로 정한 기후변화 대응 목표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한다. 유엔이 지난 2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이를 새로 내거나 목표치를 높인 나라는 75개국으로 파리협정 채택국의 40% 수준에 그쳤다. 이들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아만다 메이콕 영국 리즈대 교수는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큰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말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COP26을 앞두고 새 목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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