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기후변화가 금융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국제통화기금(IMF) 고위 인사로부터 나왔다.

3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토바이어스 에이드리언 IMF 통화자본시장국장은 전날부터 사흘 일정으로 열리는 '그린스완콘퍼런스'에 참석 중 가진 회견에서 "기후변화는 느리게 진행되고 있지만, 잠재적으로 재앙이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틀림없이 금융위기를 촉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하마, 필리핀 등 최근 허리케인과 태풍이 강타한 나라들을 거론하며 "많은 나라에서 기후 재앙이 금융시스템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중심적인 시나리오라고 믿지 않더라도, 하방위험이 있는 분명하다"고 했다. 또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라도 생존하려면 위험관리를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바이어스 에이드리언 국제통화기금(IMF) 통화자본시장국장/사진=국제통화기금 웹사이트
토바이어스 에이드리언 국제통화기금(IMF) 통화자본시장국장/사진=국제통화기금 웹사이트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지난해 9월 낸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미국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이에 따른 미국 경제 지속성에 주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칠 잠재적 피해에 당국이 더 긴급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세했다. 연준은 기후변화와 관련한 경제·금융 리스크가 꼭 금융안정성에 충격을 주진 않겠지만, 특정 시나리오대로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인정했다. 돌풍, 홍수, 산불을 비롯한 극심한 자연재해의 위험이 경제전망이나 금융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기후위험이 금융시스템에 충격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경제·금융 리스크들이 서로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재난이 부동산 붕괴를 일으키면 은행이 손실을 입어 대출과 투자를 축소하는 등의 연쇄효과가 일어나는 식이다.

연준은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인식에 갑작스럽고 큰 변화가 일어나면, 다시 말해 공포가 커지면, 장기간 지속됐지만 간과됐던 위험이 급격한 자산가격 조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당국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불간섭주의를 표방하느라 최근에야 기후변화 리스크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연준이 녹색금융네트워크(NGFS)에 동참한 게 불과 지난해 12월이다. NGFS는 기후·환경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를 위한 중앙은행·감독기구 협의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과 자신은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 연방정부의 전력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스트레스테스트' 도입해야

에이드리언은 기후변화발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금융규제안의 하나로 '기후 스트레스테스트'(climate stress test) 도입을 들었다.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권을 상대로 실시하고 있는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테스트)처럼 세계 각국과 금융권이 직면한 기후변화 관련 위험을 수치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에이드리언은 투자자들의 의식을 깨우는 게 기후 스트레스테스트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IMF는 이미 일부 국가를 상대로 기후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입법 지원 등이 있어야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고 한다.

에이드리언은 기후변화 리스크와 관련한 정보의 기준을 다시 세우고, 해당 정보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게리 젠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최근 의회에 기업들의 기후 관련 정보 공개를 위한 규제안을 연내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에이드리언은 규제당국이 금융시스템의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기관 규제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또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중앙은행이 기후변화 문제를 통화정책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에이드리언의 제안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