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테이퍼링 개시' 시장 관측은 그대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일(현지시간) 기존 통화정책 기조를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양적완화(자산매입) 규모 축소(테이퍼링)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신호를 주지 않았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끝에 제로(0)금리 기조 아래 월간 12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지속하기로 했다. 결정은 만장일치로 나왔다.
주목할 건 연준의 경기평가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경제가 이런 목표들을 향해 진전됐다"며 "향후 회의들을 통해 진전을 계속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최대고용, 물가안정 목표를 향한 실질적인 진전이 있기 전에는 테이퍼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앤드류 슈나이더 BNP파리바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이날 성명으로 "경제가 목표를 향해 진전되고 있다는 걸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날 회견에서 테이퍼링 방법과 시기를 둘러싼 FOMC의 논의 수준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테이퍼링을 언제 시작할지 발표하는 건 경제지표에 달렸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특히 고용지표가 더 강해지길 바란다며, 고용시장이 계속 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수준이 부쩍 높아진 건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현상이라는 것이다. 경제 재개로 그동안 억눌렸던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데 따른 공급 불안이 물가를 띄어 올리고 있지만, 곧 수급이 균형을 되찾을 것이라는 게 연준 관측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테이퍼링을 비롯한 연준의 통화긴축을 재촉했지만, 최근 전방위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는 통화완화 기조가 한동안 더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월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시장 안정을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로 인플레이션보다 델타변이를 더 꼽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델타변이에 대한 우려보다 고용시장 낙관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본다. 시장에서 여전히 연준이 내년 초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류 허스비, 엘리자 윙거는 연준이 "향후 회의들을 통해 진전을 계속 평가할 것"이라고 한 건 적어도 올해 4분기까지는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내년 초는 돼야 실제 테이퍼링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시장에서는 테이퍼링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신호나 공식 발표가 언제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남은 FOMC 정례회의 일정은 △9월 21~22일 △11월 2~3일 △12월 14~15일 등 세 차례뿐이다. 시장에서는 9월 회의나 파월 의장의 연설이 예정된 잭슨홀미팅(8월 26~28일)을 유력하게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