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고용지표 개선...'통화정책 정상화' 압력 높아질 듯
미국의 지난달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아직 통화긴축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부쩍 개선된 고용지표는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라는 외부 압력을 부추길 전망이다.
◇7월 고용보고서 '골디락스'...다우·S&P500 신기록
6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7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는 94만3000명을 기록했다. 11개월 만에 최대치로 시장 전망치인 84만5000명을 웃돌았다.
실업률은 6월 5.9%에서 7월 5.4%로 떨어졌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불거진 이후 최저치다. 시장에서는 5.7%를 예상했다. 시간당 평균 임금도 전달과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각각 4% 올랐다.
노동참여율도 지난해 8월과 지난 4월 기록한 팬데믹 사태 이후 최고치(61.7%)를 회복했다.
노동통계청은 "최근 몇 개월간의 고용지표는 팬데믹 사태에서의 회복세로 높아진 노동력 수요가 임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 여전히 남아 있는 팬데믹 여파로 업종간 불균형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7월 고용지표에 환호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이날 개장 때 각각 사상 최고치로 치솟아 마감가로도 신기록을 세웠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뿌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희석된 게 투자심리를 북돋웠다.
전문가들 반응도 긍정적이다. CNBC에 따르면 베스 앤 보비노 S&P글로벌레이팅스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월 고용지표를 너무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최적의 상태를 의미하는 '골디락스'에 비유했다. "임금 측면에서 너무 뜨겁지 않고, 신규 고용자수는 너무 낮지도 않다"는 것이다.
로버트 프릭 네이비페더럴크레디트유니언 기업 이코노미스트도 같은 방송을 통해 "이번 보고서는 거의 모든 기준으로 강력할 뿐 아니라 앞으로 훨씬 더 좋아질 것임을 신호한다"고 거들었다.
◇외부서 통화정책 정상화 재촉...'긴축발작' 방아쇠 당기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력한 7월 고용지표가 연준에 통화정책 정상화를 재촉하는 외부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민주당의 조 맨신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은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인플레이션 위협을 들어 양적완화(자산매입)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경기침체(recession)가 끝나고 강력한 경기회복이 한창인데, 연준이 우리 경제에 기록적인 부양자금을 투입하고 있어 점점 더 불안하다"고 밝혔다.
맨신 의원은 연준의 통화완화정책과 의회에서 입법을 추진 중인 추가 재정부양안이 인플레이션을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이미 팬데믹발 침체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경기불황기에 맞춘 정책 대응을 지속하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미국에서 경기침체의 시작과 끝을 공식 선언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최근 팬데믹발 침체가 지난해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지속됐다고 판단했다. 역사상 가장 짧은 2개월짜리 침체다.
WSJ는 보수파인 맨신 의원이 상원, 더 나아가 워싱턴 정가에서 가장 강력한 인사로 꼽힌다며, 7월 고용지표가 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최근 맨신처럼 경제학 박사학위가 없는 이들 사이에서 연준에 통화긴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회와 소비자, 투자자는 하나같이 느슨한 통화정책을 선호하기 마련인데, 최근 상점에서 가격인상에 놀라고 집을 사기 어려워진 미국인들 사이에서 맨신과 같은 요구가 늘고 있다고 짚었다.
WSJ는 앞으로 이런 압력이 더 거세질 것으로 봤다. 연준이 당장 행동에 나서지 않아도, 통화정책 정상화를 요구하는 외부 압력이 미국 국채 금리를 띄어 올리고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법안 처리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2013년에는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신호가 시장의 '긴축발작'(taper tantrum) 방아쇠를 당겼지만, 이번에는 연준 외부의 압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WSJ는 우려했다.
한편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전날 연준이 연내 테이퍼링을 발표하고, 2023년에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의 기존 시간표를 재확인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테이퍼링에 대한 구체적인 신호가 빠르면 오는 26~28일 열리는 잭슨홀미팅에서 나오고, 연말에 첫 금리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