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성장둔화 우려에 세계 경제 회복세 의문 확산

중국인민은행/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인민은행/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국무원이 지난 7일 추가 부양을 예고했다.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를 비롯한 통화부양 수단으로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는 등 실물경제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준율은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예금액 비율이다. 이를 낮추는 만큼 은행의 대출 여력이 커진다. 

국무원 발표 이튿날 중국 본토 증시 대표지수인 CSI300지수는 1% 넘게 추락했다. CSI300지수는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의 대표종목 300개로 구성된다.

CSI300이 떨어지는 동안 10년 만기 중국 국채 선물가격은 치솟고 중국 위안화는 약세로 기울었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건 국무원의 경기부양 방침이 경기비관론을 자극한 탓이다.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약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자료=인베스팅닷컴
자료=인베스팅닷컴

◇中 지준율 인하 예고에 비관론 확산

중국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덕분에 강력한 경기회복세를 뽐낼 수 있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18.3%(전년대비)에 달했다.

경기회복세가 짙어지자 중국 관리들은 과도한 글로벌 유동성이 자산거품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선별적인 부양 기조 아래 지난해 12월부터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올해 1분기 말에는 본격적인 긴축에 나설 수 있다고 관측했다.

'비둘기'(통화부양 지지파)로 돌아선 국무원의 추가 부양 예고는 그래서 더 뜻밖의 일이었다. 시장에서는 2분기 성장률을 비롯해 다음주에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가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돌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은 오는 15일 발표되는데, 블룸버그가 취합한 전문가 전망치는 8%다. HSBC는 7.2%를 예상했다.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다음주에 나올 다른 6월 지표들도 전보다 나빠질 전망이다.

중국 성장률 추이(전년대비)/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중국 성장률 추이(전년대비)/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요원한 수요회복"...세계경제 암운 

주목할 건 중국보다 경제 재개가 늦은 다른 나라들이 중국과 같은 성장둔화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수출대국인 중국의 성장둔화가 세계 경제에 절실한 수요 회복이 여의치 않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한다.

네이선 초우 DBS뱅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9일 블룸버그에 "중국이 지금 겪고 있는 게 팬데믹 사태에서 회복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이 직면할 불확실성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재유행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한창인 만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재고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질 것으로 봤다.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에 나선 상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사실상 조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예고했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기대와 달리 크게 둔화하면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국무원의 방침대로 조만간 지준율 인하에 나서겠지만, 기준금리까지 낮추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노무라홀딩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최신 투자노트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지 않고, 자칫 부동산시장과 증시에 거품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눈덩이 부채를 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 같은 직접적인 통화부양에 신중한 입장이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실탄을 한꺼번에 쓰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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