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알파벳 등 美기술대기업, SEC에 서한 "ESG 공시 의무화 안 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사진=AFP연합뉴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사진=AFP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구글 모기업)을 비롯한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이 소송 부담을 이유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자료 공시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MS와 알파벳은 최근 핌코, 인베스코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와 ESG 관련 자료 공개 범위와 방식 등을 놓고 싸움을 시작했다. 자산운용사들은 ESG 자료가 연례 실적보고서(10-K)를 통해 의무적으로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두 회사가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MS와 알파벳은 최근 아마존, 페이스북, 인텔 등 다른 기술기업들과 함께 게리 젠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6월 11일자)에서 ESG 자료 공개는 SEC를 통해 내는 연례 실적보고서가 아닌 별도의 기후 보고서를 통해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서한에서 "기후공시(climate disclosure)는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추산과 가정에 의존하게 되는 만큼, 기업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기후공시는 기후변화 관련 기업 재무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MS는 지난 14일 젠슬러 위원장에게 별도로 보낸 서한에서 ESG 자료를 SEC 공시 이외의 방식으로 계속 제공하겠다며, 기후공시가 SEC 공시에 포함된다면 투자나 주주투표 의사결정에 중요한 정보로 제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ESG 자료 공개 원칙을 희석시키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알파벳은 관련 언급을 피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기술 대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SEC의 방침을 거스르는 것이다. SEC는 기업들의 ESG 자료 공개를 의무화할 계획으로, 현재 그 방식을 검토 중이다. 

종교단체를 비롯해 ESG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이 모인 주주행동주의 조직인 ICCR(Interfaith Center on Corporate Responsibility)의 조시 진너 최고경영자(CEO)는 SEC가 계획하는 공시 의무화가 더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 ESG를 중시하는 기업들의 리더십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S와 알파벳이 스스로 지속가능성의 리더로 자리 잡은 만큼 ESG 공시 의무화를 지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ESG 주식펀드 순유입(+)·순유출(-)액 추이(십억달러, 선은 누적, 나머지는 월간)/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ESG 주식펀드 순유입(+)·순유출(-)액 추이(십억달러, 선은 누적, 나머지는 월간)/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MS와 알파벳은 최근 한창인 ESG 투자붐의 대표 수혜주로 꼽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1일 낸 보고서에서 미국 ESG펀드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회사로 MS를 지목했다. 미국 ESG펀드들의 절반 가까이가 투자하고 있는 알파벳은 인기순위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Bof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증시에 유입된 자금의 3분의 1 가까이가 ESG펀드로 향했다. 글로벌 ESG펀드 운용액은 지난 4월 1조40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년 전보다 2배 넘게 불어난 결과다. ESG펀드는 비ESG펀드보다 3배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EC가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투자 열기와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 투명한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묻지마식 투자는 'ESG 거품'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태양광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불거진 '그린버블' 우려가 대표적이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선언에 동참하면서 친환경 부문에 대한 투자 수요가 폭증하자 실적이 나쁜 태양광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인권 등과 관련한 문제는 기업이 직면한 새로운 리스크(위험)이기도 하다. ESG 공시가 필요한 이유다. FT는 ESG 공시를 둘러싼 자산운용사와 기업들의 싸움이 앞으로 더 고조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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