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바람 에너지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국제 비영리 싱크탱크 카본트랙커(Carbon Tracker)가 지난 23일 낸 보고서를 한 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보고서 제목은 '천정부지'(The sky’s the limit). 끝을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태양력과 풍력이 2030년 중반 전기 부문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2050년이면 세계의 독보적인 전력원으로 부상해 화석연료를 완전히 몰아낼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전체 수요 100배+
태양과 바람에서 잠재적으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전기로 연간 6700Pwh(페타와트시)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기술 수준과 전 세계에서 발전소로 쓸 수 있는 장소 등을 반영해 계산한 것이다.
'페타'는 10의 15제곱, 1000조다. 흔히 쓰는 전력량 단위인 kWh(킬로와트시)에 10의 12제곱을 곱한 값이다.
카본트랙커가 2019년 기준으로 제시한 예를 보면 가늠하기 쉽다. 당시 일본의 전기 수요량이 1Pwh쯤 됐다. 글로벌 전기 수요는 약 27Pwh였다. 1Pwh는 글로벌 전기 수요의 4%가 되는 셈이다. 전기량으로 계산한 전 세계 에너지 수요는 65Pwh였다.
태양력과 풍력으로 연간 6700P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건 전 세계 수요보다 100배 넘는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50년 화석연료 완전 대체
물론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비용 부담이 아직 크기 때문이다. 2019년 전 세계가 태양과 바람에서 얻은 에너지는 각각 0.7Pwh, 1.4pWh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력·풍력 발전 가격이 2010년 이후 연평균 18%, 9%씩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사이 태양력·풍력 발전 규모는 연평균 39%, 17% 성장했다.
태양과 바람에서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은 불과 몇 년 전 0%에서 현재 50% 수준에 도달했고, 2020년대 말에는 90%를 넘을 전망이다.
보고서는 태양력·풍력 발전이 앞으로 연간 15%씩 성장해 2030년 중반에는 전 세계의 모든 전기 수요를 채우고, 2050년에는 모든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하라 이남 '신재생에너지 열강'
카본트랙커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태양과 바람의 힘으로 연간 1Pwh의 전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다만 태양력과 풍력으로 국내 에너지 수요를 얼마나 충족할 수 있을지, 그 잠재력 수준에 따라 전 세계를 4개 그룹으로 나눴다. ①1000배 초과(superabundant) ②100배 초과~1000배(abundant) ③10배 초과~100배(replete) ④10배 미만(stretched) 등이다.
①그룹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소득·개발 수준이 낮은 만큼 에너지 수요가 적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력은 어느 지역보다 크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사하라 이남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열강'(renewables superpower)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②그룹에는 호주, 칠레, 모로코 등이 포함됐고 미국, 중국, 인도는 ③그룹에 들었다.
한국은 독일 등 유럽 국가, 일본 등과 함께 ④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인구의 6%밖에 안 되는 지역으로 비중이 가장 낮다. 보고서는 이 그룹은 핵발전 여부 등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나 신재생에너지 수입 등을 검토해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파리협정 목표 달성 불가" 회의론도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에너지 전환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기상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전 세계 190여개국이 2015년 채택한 파리협정은 산업혁명 이후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2도보다 상당히 낮게 유지하고, 나아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는 '넷제로'(탄소중립)를 통해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는 게 목표다.
캐롤 머핏 국제환경법센터(CIEL) 대표는 최근 CNBC와의 회견에서 뿌리박힌 기득권 구조와 죽어가는 산업(화석연료)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에너지 전환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Banking on Climate Chaos 2021' 보고서/동영상=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N)
CNBC는 기후변화 위기를 늦추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이들도 있다고 거들었다.
국제 환경단체들이 지난달 낸 보고서(Banking on Climate Chaos 2021)에 따르면 글로벌 60대 은행 가운데 33곳이 파리협정 체결 이듬해인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대출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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