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兆달러 굴리는 35개 기관투자가 대형은행권에 경고장
"'간접배출'도 감축대상, 임원보수도 '넷제로' 목표대로"
글로벌 투자 큰손들이 대형은행권에 기후위기 대응 수위를 높이라고 요구했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친환경 사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라는 주문이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문디, 리걸&제너럴, 노르디아 등 유럽 주요 자산운용사와 영국 성공회 재무위원회 등 전 세계에서 총 11조달러를 운용하는 35개 기관투자가들이 골드만삭스, HSBC, BNP파리바 등 27개 글로벌 대형은행에 탄소배출량이 많은 사업자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압박했다.
이들은 대출을 비롯한 자금조달 지원 정책과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는 넷제로 목표를 연동하라며, 은행 임원들의 보수 역시 이 목표에 맞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친환경 프로젝트 등에는 대출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FT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투자 큰손들의 관심이 석유·가스업체 등 대형 탄소배출자에서 이들에게 돈을 대는 은행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기관투자가그룹'(IIGCC)에 속한 35개 기관에 따르면 파리협정이 채택된 2015년 이후 전 세계 60대 은행이 화석연료 기업 프로젝트에 내준 대출은 3조8000억달러에 이른다. 대출은 오히려 증가 추세로 지난해가 2016년보다 더 많았다.
영국 자산운용사 사라신&파트너스의 관리 책임자인 나타샤 란델-밀스는 "우리가 현재 직면한 문제는 너무 많은 은행들이 자금지원 결정을 할 때 기후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탄소 집약적인 활동에 너무 많은 자금이 흘러들고 있다"며 필사적으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190여개국은 2015년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산업혁명 이후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2도보다 상당히 낮게 유지하고, 나아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해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는 게 목표다.
대형은행들도 저마다 넷제로 목표를 정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게 IIGCC 측 입장이다. 간접적인 탄소 배출(scope3)에 대한 해법이 빠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scope3'이 은행권의 넷제로 목표에 포함되면 기업을 비롯한 고객이나 하청업체의 사업은 물론 임직원들이 통근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도 감축대상이 된다.
스테파니 파이퍼 IIGCC 대표는 "화석연료에 대한 자금지원이 2016년 이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지금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투자자들은 은행에 넷제로 약속의 강도를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들이 특히 간접적인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35개 기관투자가들은 은행권에 남벌이나 토지이용변경 등을 통해 탄소를 배출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역배출(negative emission) 기술이나 풍력발전 등에 기대 탄소배출사업에 대한 지원을 정당화하려 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역배출은 탄소를 포집해 배출된 온실가스를 줄이는 걸 말한다. 탄소 순배출량을 줄이는 첨단기술로 각광받고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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