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카운티의 한 맥도날드 매장 밖에 구인간판이 걸려 있다. 계약서에 서명하면 500달러의 보너스를 준다는 내용이다./사진=AP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카운티의 한 맥도날드 매장 밖에 구인간판이 걸려 있다. 계약서에 서명하면 500달러의 보너스를 준다는 내용이다./사진=AP연합뉴스

미국 기업들의 임금인상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맥도날드, 치폴레(Chipotle)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과 타깃, 코스트코를 비롯한 소매유통점들이 최근 시간당 임금을 올리거나 인상계획을 발표했다. 덕분에 미국의 최저임금은 정치권과 노동자단체들의 수년에 걸친 인상 노력에도 멀어보였던 시간당 15달러 고지에 근접하고 있다.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공유업체들은 현금 보너스로 새 운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13일 북미에서 7만5000명을 고용하겠다며, 시간당 평균 17달러가 넘는 최저임금을 제시했다. 아마존의 새 식구가 되면 1000달러의 보너스도 받는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면, 100달러를 더 챙길 수 있다.

◇심각한 구인난...취약한 노동시장

미국 기업들이 인력 채용에 적극 나선 건 심각한 구인난 탓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침체됐던 경제가 급격히 회복되고 있지만, 영업을 재개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기업들이 겪고 있는 구인난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인력 부족이 임금 상승은 물론 공급 제한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노동시장의 불균형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들 사정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주 발표한 4월 고용지표는 오히려 경기비관론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는 26만6000명, 실업률은 6.1%로 시장 기대치(신규 취업자 수 100만명, 실업률 5.8%)에 한참 못 미쳤다.

미국에서는 팬데믹 사태가 처음 불거진 지난해 3월 이후 아직 실업자로 남아 있는 이가 820만명에 이른다. 기업들이 겪고 있는 구인난은 이들에게 다른 세상 얘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보다 노동시장 취약성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준은 미국 경제에서 팬데믹의 상처가 특히 컸던 부문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통화부양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화이트·블루' 대신 '핑크·그린'

노동시장을 위협하는 건 비단 팬데믹뿐 아니다. 로봇 같은 첨단기술이 인류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데다, 기업의 고용과 관련한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임금 불균형, 성·인종 차별 등과 관련한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신 보고서에서 미래 노동시장은 '화이트칼라'(사무직)나 '블루칼라'(현장직)가 주도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망한 미래 일자리로 '핑크칼라'와 '그린칼라'에 주목했다. 

핑크칼라는 이른바 '돌봄경제'(care economy)의 주역이다. 간호사, 요양사, 평생교육사 등이다. 그린칼라는 태양광·풍력발전 엔지니어, 배터리 전문가 등 '녹색경제'를 이끌 기술자들이다.

BofA는 핑크·그린칼라의 공통점으로 3가지를 꼽았다. ①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이고 ②감성과 손재주가 필요해 자동화가 어려우며 ③헬스케어, 신재생에너지 등 유망 업종 일자리라는 설명이다.

BofA는 미국의 일자리 수가 2029년까지 600만개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때까지 성장세가 가장 빠른 일자리 30개 가운데 13개를 헬스케어업종이 차지할 것으로 봤다. 태양광발전설비 설치자, 풍력발전터빈 기술자는 성장률 1위를 다툴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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