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본드(녹색채권)를 발행한 회사가 석탄에 투자하다니..."
블룸버그는 26일 한국이 올해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그린본드를 많이 발행한 나라로 부상했지만, 이는 오히려 그린본드에 대한 회의론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데, 한국에서 이를 발행한 회사들의 절반 이상이 '녹색'과는 거리가 먼 업종에 속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지난해 그린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한 한국전력은 석탄발전소 투자로 논란을 빚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통신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만 105억달러(약 11조8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세계에서 △독일(267억달러) △중국(192억달러) △미국(158억달러) △프랑스(152억달러) △이탈리아(146억달러) △스웨덴(106억달러)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세계 7위,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2위다.
주목할 건 발행주체다. 스웨덴 비영리기관 인류세채권연구소(AFII)의 설립자 울프 얼란드슨은 한국에서 발행한 그린본드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 화학, 발전, 석유·가스 등 논쟁의 여지가 있는 '굴뚝산업'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그린본드 발행자들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마케팅 과정에서 환경인증 등을 과장하거나 불완전하게 알리는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할 경우 투자자들이 리스크(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도 그린워싱 혐의가 짙은 불투명한 그린본드라면 선뜻 나서지 않을 태세다.
미국 싱크탱크인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의 크리스티나 응 채권 부문 선임 애널리스트는 "그린워싱이 한국 그린본드시장의 명성을 망치고 한국 그린본드에 대한 수요를 침체시킬 수 있다"며 "한국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전력을 직접 문제 삼았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투자를 명분으로 5억달러 규모의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했지만,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는 새 화력발전소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통신은 다만 한국전력이 그린본드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화력발전소 투자에 쓰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국전력 측은 신규 석탄 프로젝트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 방침이지만, 인도네시아·베트남 투자 건은 다른 회사들은 물론 해당국과의 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했다고 알려왔다고 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블룸버그에 한국전력 같은 사례가 글로벌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전력이 한국의 주요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 한국 그린본드의 투명성을 둘러싼 회의론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사정을 의식해 환경부를 통해 관련 인증체계를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