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블랙록과 함께 세계 양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뱅가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펀드 인력 확충에 한창이다. 이 부문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뱅가드의 공세 전환 조짐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 이른바 '착한 투자'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14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케이틀린 카울린 뱅가드 글로벌 포트폴리오 검토 책임자는 ESG펀드와 관련해 많은 추가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뱅가드는 최근 미국에 ESG 상품팀을 꾸렸다. 베테랑 ESG 상품 매니저 2명과 3명의 지원 인력 등이다. 유럽에는 ESG 전략 책임자를 앉혔다. 이들은 뱅가드의 다른 인력들과 함께 ESG 상품을 개발하거나 기존 상품에 ESG를 통합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마켓워치는 뱅가드의 인력 채용이 우주(ESG시장)로 뻗어나가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발끝을 살짝 담근 정도인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말 현재 운용자금이 7조3000억달러에 이르는 뱅가드의 ESG 관련 인력이 인베스코 같은 소형업체보다 적다는 이유에서다.

운용액이 뱅가드의 5분의 1에 불과한 인베스코는 현재 13명의 글로벌 ESG팀을 갖추고 있다. 미주 ESG 책임자인 글렌 옐튼은 5~6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베스코가 운용 중인 ESG 상장지수펀드(ETF)와 뮤추얼펀드는 17개에 이른다. 뱅가드의 ESG펀드는 5개에 불과하다. 

뱅가드와 업계 자웅을 다퉈온 블랙록(지난해 말 기준 운용액 8조7000억달러)은 미국 주식·채권지수와 연동된 ESG ETF 10개를 운용 중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지난 1월 고객사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친환경 투자 방침을 강조한 바 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인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넷제로'(net zero, 탄소중립) 달성 운동에 동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블랙록의 펀드 투자군에서 넷제로 달성에 실패한 기업을 배제하겠다는 경고로 풀이됐다.

뱅가드가 늦게나마 ESG 부문에 대한 태세 전환에 나선 건 최근 급증하고 있는 투자 수요를 반영한다. 자산운용업계의 자금 쟁탈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미국 사회투자포럼(US SIF)이 지난해 말 낸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문기관이 운용 중인 자금 54조달러 가운데 약 33%인 17조달러가 ESG로 대표되는 지속가능성 투자에 몰렸다.  

미국 지속가능성 투자 운용액 추이(십억달러)[자료=미국 사회투자포럼(US SIF) 트위터 계정]
미국 지속가능성 투자 운용액 추이(십억달러)[자료=미국 사회투자포럼(US SIF) 트위터 계정]

ESG 투자는 2019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ETF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현재 운용자산 기준 세계 최대 ESG ETF는 블랙록의 '아이셰어 ESG 어웨어(Aware) MSCI USA ETF'다. 이 펀드의 운용액은 2019년 8월 2억86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말 10억달러를 넘기고 현재는 134억달러로 급팽창했다.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5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다만 뱅가드는 당장 새 ESG펀드를 추가하기보다 관련 평가를 위한 데이터 수준을 높이는 데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뱅가드·블랙록 '석탄투자 1위' 오명도

뱅가드와 블랙록이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글로벌 석탄기업들에 대한 투자액이 가장 많은 양대 기관투자가로 꼽힌 건 역설적이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국제 비정부기구들이 지난달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석탄업계 투자 현황을 분석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뱅가드는 가장 많은 860억달러, 블랙록은 그 다음인 840억달러를 투자했다. 전체 투자액 가운데 두 업체의 비중이 17%로 가장 높았다.

독일 환경·인권단체 우르게발트(Urgewald)의 금융 리서치 책임자인 카트린 간스빈트는 "많은 유럽 기관투자가들이 포트포리오에서 석탄기업들을 거르기 시작했는데, 미국 투자회사들은 대다수가 석탄 출구정책 도입을 꺼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석탄기업 투자액 상위 10위권 든 미국 기관투자가는 뱅가드와 블랙록을 비롯해 8곳이나 됐다. 이외에 세계 최대 공적연금인 일본 연금적립금관리운용(GPIF)이 5위,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꼽히는 노르웨이 글로벌정부연금펀드(GPFG)가 8위에 올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