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캐딜락 차량. /사진=GM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캐딜락 차량. /사진=GM

미국 자동차 가격이 치솟고 있다. 차값 상승은 완성차와 판매사에는 호재다. 판매 대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감염증 확산과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등으로 판매가 줄어 완성차 업체는 자동차 가격 상승을 반기고 있다. 다만, 일부 기업은 차값 상승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2일 미국 경제분석국(BEA)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라이트차량(승용차와 소형 상용차) 판매는 1220만대(계절 조정 연율 환산)에 그쳤다. 코로나 사태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3~5월을 빼면 1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요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올해 4월 1830만대로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코로나 대유행과 자동차 반도체 부족 사태가 겹치면서 생산에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었다. 

공급 부족은 자연스럽게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신차 평균 소매가격은 4만2368달러(약 5082만원)였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17% 이상 올랐다. 반도체 부족으로 수익률이 높은 픽업트럭 등의 판매가 우선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만하임 미국 중고차 도매 가격 지수. /사진=만하임
만하임 미국 중고차 도매 가격 지수. /사진=만하임

자동차 리스 사업 이익에 영향을 주는 중고차 가격도 올랐다. 미국 최대 중고차 경매업체 만하임이 발표하는 중고차 도매가격지수는 지난달 204.8로 한 달 전보다 27% 상승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전체 딜러샵 신차 판매 이익도 42억달러(약 5조원)로 역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였다. 

실제로 독일 완성차 업체 BMW는 올해 이익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신차와 중고차 모두 가격이 오르면서, 판매량 감소로 말미암은 충격을 상쇄했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MW는 자동차 반도체 부족 사태에 다른 자동차 회사보다 영향을 덜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BMW가 전통적으로 부품 생산을 아웃소싱하면서 공급업체를 관리하는 경향이 강하고, 따라서 공급 업체를 관리하는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JD파워의 자동차 산업분석가 타이슨 조미니는 "미국 소비자가 올해 3분기에 라이트차량에 지출한 금액은 코로나 대유행 이전인 2019년 3분기보다 3% 늘었다"며 "이는 올 2분기 28% 증가율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줄었지만, 산업 전체에 현금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BMW와 정반대 상황에 놓인 것이 제너럴모터스(GM)다. GM은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44만7000대 판매에 그쳤다. 배터리 불량으로 인한 전기차 '볼트' 리콜 등이 겹치면서 실적도 부진할 전망이다. GM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올 3분기 13.1%로 일본 도요타(16.5%)에 크게 뒤졌다. 현대차·기아도 올 3분기 시장 점유율 10.8%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자동차 정보 서비스 업체 에드먼즈의 제시카 콜드웰 연구원은 "차량 부족으로 자동차 브랜드를 갈아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GM 자동차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고객이 일본이나 한국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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