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동부유 홍색규제' 폭풍에 투자자 딜레마
"예측불가, 투자불가" vs "성장잠재력이 기회"

지난 6월 28일 중국 베이징 국가체육관에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 문예공연 '위대한 여정'이 펼쳐진 가운데 공연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부가 당에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 스크린을 채우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지난 6월 28일 중국 베이징 국가체육관에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 문예공연 '위대한 여정'이 펼쳐진 가운데 공연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부가 당에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 스크린을 채우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미국 월가에서는 최근 헤지펀드업계의 전설 조지 소로스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대립이 화제에 올랐다.

소로스는 지난 7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블랙록이 중국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며, 이는 '나쁜 투자'(bad investment)이고 미국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글의 제목은 '블랙록의 중국 실수'(BlackRock’s China Blunder). 소로스는 블랙록의 중국 투자는 '비극적인 실수'(tragic mistake)라고 단언했다. 

그는 지난달 말 파이낸셜타임스(FT)에 쓴 글에서도 블랙록의 중국 투자를 비판했다. 블랙록이 기업 지배구조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중국 기업에 미국 투자자들의 자금을 옮기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게 골자였다.

소로스는 투자자들이 결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Xi's China)에서 아연실색하게 될 것이라며, 시 주석에게 모든 중국 기업은 공산당 일당 국가의 기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블랙록은 소로스가 WSJ에 글을 쓴 다음날 중국에서 첫 뮤추얼펀드로 10억달러(약 1조1750억원)를 모았다고 발표했다. 블랙록은 이때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에 은퇴 시스템과 관련한 우리의 전문성과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중국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은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령화가 한창인 중국에서 증가하고 있는 퇴직인구, 특히 이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데서 기회를 찾겠다는 얘기다. 

블랙록은 성명에서 소로스의 비판을 따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의식한 듯이 이처럼 중국 투자 명분을 강조했다.

소로스와 블랙록의 충돌에는 최근 중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엇갈린 시선이 반영돼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막아서는 것을 시작으로 10개월에 걸쳐 자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 사교육업계까지 강도 높은 규제의 표적이 됐다.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에 등을 돌리고 있지만, 일부는 오히려 절호의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자료=S&P다우존스지수
자료=S&P다우존스지수

◇'법치' 없는 中 '예측불가'...등 돌리는 투자자들

보수 성향이 짙은 WSJ는 지난 10일 분석기사와 칼럼으로 소로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신문은 소로스와 블랙록의 불화가 월가의 중국 딜레마를 돋보이게 했다며 중국이 그동안 레드카펫을 깔고 외국자본을 환영했지만, 중국 기업에 투자한 이들은 이제 깊은 상처를 어루만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 신문의 정치경제 부문 칼럼니스트인 조지프 스턴버그는 중국 정부가 원하는 건 블랙록이지, 자본주의가 아니라고 일갈했다. 중국의 금융개혁이 절실하다는 게 중론이지만, 중국 공산당은 결코 정치적 통제권을 풀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미국 증시에 오른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올해 급락세를 피할 수 없었다. S&P다우존스지수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와 전기차회사 니오 등 미국 증시에 상장한 56개 중국 기업 주가를 반영하는 S&P/BNY멜론 차이나 셀렉트 ADR지수는 올 들어 30%가량 내렸다. 지난 2월 고점 대비로는 반 토막 가까이 났다. 

영국 런던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FT에 "중국 기업들이 수익을 위해 운영되는지, 정부를 위해 운영되는지 알 도리가 없다"며 "중국에는 '법에 의한 지배'라는 게 없다. 중국을 피해라. 그러지 않으려면 내부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서둘러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다. 펀드정보업체 코플리펀드리서치에 따르면 액티브 글로벌 주식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중국과 홍콩에 대한 투자 배분액을 4년 만에 최소로 줄였다. 운용자산이 1조달러가 넘는 381개 펀드 가운데 중국과 홍콩 증시 투자 비중이 글로벌 증시 대표지수보다 높은 펀드는 25%를 겨우 넘었다. 2015년 초 가장 높았을 때는 45%쯤 됐다.

최근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 가운데 하나인 캐시 우드 아크(ARK)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도 중국 비관론에 올라 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주식이 저평가돼 있어 매력적이라고 했던 그는 지난 9일 한 행사에서 지난해 말부터 중국 투자 비중을 극적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우드는 중국 당국이 자본시장을 희생하면서 사회문제와 사회공학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긴 중국 주식은 당국의 비위를 잘 맞추는 기업들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비관론자들은 기업활동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갑작스럽고 혹독한 개입이 예측불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일으켜 거대한 중국 시장을 사실상 투자할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시 주석이 최근 다같이 잘 살자며 주창한 '공동부유'를 위한 '홍색규제'와 '홍색정풍운동'에서 자유로운 부문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중국인데...성장 잠재력 엿보는 투자자들 

중국 투자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설립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8일 블룸버그가 주최한 행사에서 싱가포르와 더불어 중국을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투자처로 꼽았다. 그는 중국과 싱가포르는 기회가 상당하다며, 그곳에 있지 않으면 결국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관론자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중국의 정치 리스크(위험)를 인정한다. 다만 기업활동 등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 개입은 새로운 게 아니라고 본다. 이들은 중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부유한 소비층이 주도할 장기 호황이 규제 등에 따른 하방 위험을 압도할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공동부유론이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을 더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마크 마티로시언 오브리캐피털매니지먼트 CEO는 "향후 몇년 안에 수억명의 중국인이 소비 중산층에 합류할 것"이라며 이런 흐름에 유리한 중국 기업을 찾을 수 있다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록뿐 아니라 JP모건 자산운용,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아문디, 슈로더 등 내로라하는 미국과 유럽의 투자 큰손들이 중국에서 자산관리 현지 합작회사 설립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에서 기회를 찾는다면,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우드처럼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을 하는 기업을 가려 투자하는 것도 좋은 전략으로 꼽힌다. 전기차 등 혁신 분야가 많은데, 이 부문에 특화된 중국 기업 가운데는 미국이나 유럽 경쟁사보다 경쟁력이 뛰어나지만 주가가 저평가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반도체, 소비재, 헬스케어, 희토류 등도 중국 정부 정책과 관련해 유망한 업종으로 거론된다. 

미국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인 앤드류 로는 "인베스코는 중국이 수년간 성장모드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 내 기회에 대해 낙관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여전히 국내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민간부문의 혁신을 추구한다며, 최근의 규제는 장기적인 성장과 사회복지를 위해 기술기업의 독점 등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봤다.

중국 기술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더 작지만 혁신적인 기업들이 시장에 나와 보다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운동장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유망 투자처가 더 많아지는 셈이다. 로는 중국에서 앞으로 더 많은 상장기업과 이들의 혁신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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