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도심 야경 /사진=픽사베이
중국 상하이 도심 야경 /사진=픽사베이

한국 기업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중국 정부의 통제 강화, 나빠지는 시장 환경 등이 발목을 잡아서다. 화장품·자동차·가전 등 중국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제품 대신 문화콘텐츠, 수소에너지, 바이오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K그룹 중국 지주사 SK차이나는 이달 초 중국 렌터카 사업을 일본 도요타그룹에 매각했다. 앞서 올해 초에는 중국 수도 베이징에 있는 거점 건물인 베이징 SK타워도 중국 허셰건강보험에 팔았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제조 계열사가 중국 투자를 계속하고 있지만, 그룹 차원의 중국 사업 축소, 조정이 진행 중이다. 

중국 사업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은 현대차그룹이다. 2012년 10%에 달했던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4%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베이징 1공장을 중국 전기차 업체 리샹에 팔았고, 2공장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핵심 거점인 장쑤성 옌칭 공장을 포기하고 현지 합작사에 장기 임대 중이다. 

LG그룹과 삼성그룹도 중국에서 속속 이탈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9년 중국 닝보조선소에서 선박 건조를 중단한 데 이어, 최근 완전 철수를 선언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화학은 각각 LCD 생산 설비와 편광판 사업부를 각각 현지 업체에 매각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5월 노후 생산시설 처분을 이유로 현지 화장품 제조판매 자회사 항주락금화장품유한공사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한국 기업의 잇따른 중국 시장 철수는 매출과 이익 감소, 시장 점유율 하락 등의 고충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100대 기업 가운데 중국 매출을 공개한 30개 대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지난해 중국 매출 총액은 117조1000억원으로 2016년보다 6.9% 감소했다. 한국 제품에 대한 현지 수요 감소, 중국 기업과의 경쟁 심화 등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자동차, 스마트폰, 화장품 등 주요 품목의 시장 점유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과 중국 정부 간 공식·비공식 경제협의체를 활발히 가동해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을 조속히 타결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문화컨텐츠, 수소에너지, 바이오 등 신성장분야에서 새로운 중국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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