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 비트코인 거품론이 번지고 있다. 암호화폐시장 대장주 비트코인의 시장 지배력도 부쩍 약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3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인 6만3707.34달러까지 올랐다. 지난 1년간 9배가량 뛰었다. 최근에는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글로벌의 나스닥시장 데뷔를 둘러싼 기대감이 기관투자가들의 동참으로 안 그래도 뜨거워진 비트코인 투자 열기를 부채질했다.
◇코인베이스 나스닥 데뷔 기대감
코인베이스이는 14일 자사 보통주를 나스닥시장에 직상장할 예정이다. 직상장은 투자은행을 끼고 하는 전통적인 기업공개(IPO)처럼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공모가가 없기 때문에 기존 주식 가격은 상장 당일 나스닥 거래소에서 주문에 따라 정해진다. 나스닥은 이날 일종의 공모가인 준거가격으로 250달러를 제시했다. 이 기준에 따른 기업평가액은 653억달러에 이른다.
나스닥에서 코인베이스 규모의 직상장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앞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음악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 메신저앱 슬랙, 빅데이터업체 팔란티어 등이 직상장을 했는데, 당시 시초가는 준거가격보다 평균 37%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코인베이스도 비슷한 수준의 상승세를 기록하면 시초가가 약 343달러로 높아진다. 올 1분기 장외시장 평균가격인 343.58달러에 근접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 장외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한 기업평가액은 1000억달러에 이른다. 나스닥에서도 비슷한 수준까지 오르면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에 달해 미국에서 시총 상위 85개 기업 가운데 하나가 된다고 CNBC는 지적했다.
◇유력 펀드매니저 74% "비트코인 거품"
문제는 양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코인베이스의 실적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암호화폐는 지난 1년간 각각 9배, 14배 넘게 올라 거품 논란에 휩싸인 채 시장 지배력을 의심받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최신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비트코인을 거품으로 본다고 답했다. 거품론에 반대한 이는 16%에 그쳤다.
펀드매니저들은 또 비트코인이 기술주 다음으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몰린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다만 10%는 비트코인이 올해도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BofA는 지난주에 낸 '비트코인이 감추고 싶은 비밀'(Bitcoin’s Dirty Little Secret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을 가치저장, 지급결제 수단으로 보면 변동성이 터무니없다며, 가격이 오르는 걸 기대하지 않은 이상 비트코인을 소유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힘빠진 비트코인...이젠 '알트코인 시즌'?
비트코인의 시장 지배력도 약해지고 있다. 정점을 이미 지났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시장 지배력 지수는 이날 약 55 초반대로 2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4년부터 4월부터 나온 지수는 2017년 3월까지 90~100선에서 움직였다. 연초만 해도 70을 웃돌았다.
암호화폐시장에서 입지가 밀리고 있기는 이더리움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17을 넘었던 시장 지배력 지수가 최근 12선까지 떨어졌다.
블록체인 투자정보사이트인 블록체인센터는 암호화폐시장의 대세가 비트코인에서 대안코인인 알트코인으로 넘어왔다고 진단했다. 지난 한 달간 시가총액 상위 50대 암호화폐 가운데 75%가 비트코인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센터는 '알트코인 시즌'이 어쩌면 연초부터 시작됐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지난 90일간 비트코인은 65.7% 올랐는데, 이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알트코인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만든 블록체인 플랫폼 바이낸스스마트체인(BSC) 기반 탈중앙화 거래소(DEX) 팬케이크스왑의 자체 코인 케이크(CAKE)가 대표적이다. 이 코인은 지난 3개월간 3919.4% 올라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헤지, 금보다 비트코인
그럼에도 비트코인 전성기가 끝났다고 보는 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시장의 우려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이 금을 대신할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투자처로서 매력을 뽐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테슬라를 비롯한 기술 대기업은 물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같은 월가 대형은행들까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베팅하고 나선 것도 비트코인 강세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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