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오는 31일부터 전면 재개될 예정이다. 2023년 11월 전면 금지된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다. 공매도 재개로 우리 증시에 외국인투자자들이 돌아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외국인들은 헤지(Hedge)용으로 공매도 포지션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할 수 없다면 굳이 한국 주식을 사들일 유인이 없다. 그러나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불법 공매도 의혹은 상장사와 개인투자자들의 오랜 골칫거리다. 금융당국이 절치부심하며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만큼, 국내 증시의 불공정 관행이 투명해질지 관심이 쏠린다.
공매도란 무엇이고 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을까?
◇공매도란
공매도(Short Selling)란 투자자가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나중에 주가가 하락하면 싼 가격에 다시 매입해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와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 두 종류가 있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먼저 매도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실제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팔기 때문에 시장 교란 우려가 있어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차입 공매도는 증권사나 기관 등에서 주식을 먼저 빌린 후 매도하는 방식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 국면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가격 발견 기능을 수행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주가 급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구조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 문제도 불거진다.
◇무차입 공매도 규제
앞서 설명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무차입 공매도를 법적으로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2012년부터 이를 금지하는 공매도 규제법을 시행 중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무차입 공매도 감시 시스템을 강화해, 기관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 강력하게 처벌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국내에서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시도하다가 적발된 바 있다.
BNP파리바 홍콩법인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약 40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한 혐의로 적발됐다. 이들은 내부부서간 주식대차 시 주식수량을 중복 계산하는 방식으로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고, 이러한 방식으로 주식보유 잔량을 실제보다 부풀려 공매도를 진행했다.
홍콩 소재 HSBC는 2021년 8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약 16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향후 차입이 가능한 주식 수량 기준으로 공매도 주문을 넣는 행위를 상습 반복하다가 적발됐다.
◇왜 불법 공매도를 할까?
회사들이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하는 이유는 주로 수수료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공매도 가능 물량을 부풀리면 기관투자자와 스와프 계약을 더 많이 체결할 수 있어 수수료를 늘릴 수 있다.
주식을 미리 확보하지 않은 채 최종 주문 체결량에 따라서만 사후 차입하면 차입 비용도 줄어든다.
이에 회사들이 불법 공매도를 인지하고도 방치하는 관행이 생겼다.
BNP파리바와 HSBC는 당시 위법행위를 인정했다. HSBC는 조사 이후 차입이 확정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이 수량만큼만 공매도 주문을 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2023년 당시 국내 증권사 일부가 장 개시 전 차입 주식 수보다 많은 수량을 매도하는 등 장기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도 발견하고 관련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불법 공매도 왜 문제인가?
한국 주식시장은 불법 공매도의 오랜 트라우마를 겪어왔다. 셀트리온과 HLB 등은 무차입 공매도로 지속적으로 주가가 억눌리고 있다며 '불법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주주 모임은 불법 공매도 조사를 촉구하는 의견 광고를 신문에 내기도 하고, HLB 주주연대는 각종 불법 공매도 의혹을 제기하면서 내부고발 포상금 1억원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불법 공매도의 실체는 잡히지 않고, 공매도 위반 사례는 대부분 직원 실수나 시스템 오류로 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2023년 금융당국이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의 관행적 불법 공매도를 적발함으로써, 수면 아래 끓고 있던 의혹 일부를 밝혀냈다.
◇금융당국의 대처
금융당국은 2023년 11월 관행화된 불법 무차입 공매도로 인한 공정한 가격형성 저해 우려에 공매도를 금지한 이후 체계적인 시스템 개선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9월 27일 근본적인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NSDS)과 기관‧법인투자자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이 법적 의무가 됐다.
아울러 공매도를 위한 대차거래의 상환기간도 제한되며 불공정거래와 불법 공매도에 대한 벌금형이 강화돼 부당이득의 3~5배 벌금 부과에서 4~6배로 높아졌다. 부당이득 규모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도 가능해졌다. 이는 국내 불법 공매도 처벌 수위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사 임원의 선임‧재임 제한 등 새로운 제재수단도 도입해 처벌‧제재의 실효성을 높였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구축한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NSDS: 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은 기관투자자의 매도 주문을 사후에 전수 점검해 무차입 공매도를 적출한다. 이를 통해 외국인‧기관투자자의 잔고변동, 매매거래를 집계해 무차입 공매도를 상시 탐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공매도 제도 개선안도 나왔다.
그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받던 외국인‧기관과 개인투자자의 대차 또는 대주 상환기간, (현금)담보비율이 각각 90일, 105%로 통일됐다. 코스피200 주식의 경우, 개인투자자 담보비율이 120%로 오히려 외국인‧기관의 135%보다 낮아졌다.
◇공매도는 외국인‧기관의 전유물인가?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참여율은 약 2% 수준으로 외국인투자자(68%), 기관투자자(30%)에 비해 턱 없이 낮다. 금융당국의 노력에도, 국내 공매도 시장의 개인 참여가 저조한 것은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먼저 국내 증시는 상하한가 제도(전일 종가대비 최대 ±30%)가 존재하기 때문에 공매도 투기 세력을 개인투자자가 견제하기 어렵다. 무자본으로 대규모 수익을 추구하는 외국인‧기관에 견주어, 개인이 이들과 함께 공매도 시장에서 수익률 경쟁을 펼치기 어려운 구조다.
2021년 미국의 '게임스톱' 공매도 사건에서 보듯이, 상하한가 제도가 없는 미국은 개인투자자들이 해당 주식을 집중매수해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투기 세력을 좌절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집중매수로 공매도의 무한손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증시처럼 상한가가 존재한다면 공매도 손실을 제한하므로, 미국과 같은 투기 세력 견제가 어렵다.
업틱룰 예외 제도도 국내 개인투자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업틱룰은 전 종목에 대해 직전 체결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 제출을 금지하는 제도다. 업틱룰은 주가하락 시점에 공매도를 통한 주가 하락을 심화시키는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업틱룰은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도입됐다.
당시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하루 동안 22.6% 떨어지는 등 사상 최악의 주가 대폭락이 발생하자, 그 원인으로 다량의 공매도가 지목받았다. 이에 공매도 제도 문제점 개선 차원에서 업틱룰이 도입됐다.
국내에서는 1996년 12월 동 제도가 도입되면서 주가 하락장에서 공매도 남용을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헤지 및 차익거래 시행 시에는 업틱룰 예외 사항이 적용되므로 문제 소지가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주식투자위험 헤지를 위해 파생상품을 다수 보유하는데, 이때 업틱룰 예외조항을 적용받아 주가하락 시점에 외국인투자자의 직전 체결가 이하 호가 제출이 가능하다. 대규모 공매도 거래로 인한 주가 하락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나쁜 정보에 기반한 전략거래가 만연한 점도 문제다.
상장사가 부진한 실적발표를 늦추고 리서치 정보입수가 빠른 외국인‧기관투자자가 공매도 거래량을 늘리면, 정보 비효율성이 발생해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구조가 된다.
그럼으로써 공매도 시장은 정보력이 취약한 개인투자자가 참여하기 어려운 시장이 된다.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은 단기간 주가 급락에 당황해 투매하다가, 되려 공매도 거래의 수익률 상승에 기여하기도 한다.
◇개미도 공매도 시장에 참여하고 싶다면
개인투자자도 차입 공매도를 활용해 공매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일부 증권사의 대주거래(차입 공매도) 서비스를 통해 일정한 증거금을 예치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 하락 시 더 낮은 가격에 되사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다만 빌린 주식은 만기 내 반드시 상환해야 하며, 주가 상승 시 손실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또는 인버스‧레버리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공매도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코스피지수의 하락이 예상될 때, 코스피200선물 지수 인버스 ETF에 투자하거나, 특정 기술주의 약세가 점쳐질 때 미국 나스닥100지수 인버스 ETF에 투자하는 식이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은 장기보유 시 수익률 왜곡이 생길 수 있고, 변동성이 커서 단기매매 전략이 유리한 점을 유념해야 한다.
공매도에 따른 주가 폭락을 피하려면, 공매도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피하는 것이 좋다.
공매도 세력이 집중하는 주식은 주로 최근 급등해 고평가된 성장주나, 실적이 불확실한 적자 기업, 유동성이 낮아 큰 매도세에 주가가 급변동하는 종목이다.
테마주나 바이오주처럼 미래 기대감만으로 상승한 종목들도 공매도 타겟이 되기 쉽다.
풋옵션(매도옵션)으로 보유 주식 하락에 대비해 손실을 방어하는 방법도 있다.
개인투자자도 공매도가 시장에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공매도 잔고비율과 공매도 거래량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특정 종목의 공매도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주가 하락 압력이 커진다.
물론 공매도 비율이 높다고 무조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며, 공매도 잔고 감소는 숏커버링(매수세 유입) 신호일 수도 있다.
공매도 잔고 및 거래량 데이터는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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