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트라우마가 있는 저축은행업계는 최근 저축은행들의 인수‧합병(M&A) 전면 자율화를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해 저축은행 업계의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구조조정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M&A를 통해 대형 저축은행이 영세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업계의 건전성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M&A가 종종 부정적 이미지와 오버랩되기도 하지만, 적대적 M&A가 아니라면 순기능도 많다. M&A를 통해 기업은 사업 확장과 시너지 효과,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고, 경영이 어려운 기업은 회생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럼 M&A는 무엇이고 기업 경영에서 왜 중요할까?
◇M&A란
M&A는 기업 간의 인수 또는 합병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거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M&A는 크게 합병(Merger)과 인수(Acquisition)로 구분된다.
먼저 합병은 두 개 이상의 기업이 하나로 통합되는 방식이다. 기존 법인이 유지되거나 새로운 법인이 설립된다. 가령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들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88%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고,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인수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주식 인수나 자산 인수 형태로 진행된다. 네이버가 2023년 북미 기업간거래(C2C) 플랫폼인 포시마크를 인수한 사례를 들 수 있다.
◇M&A 왜 이뤄질까
M&A는 기업 성장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주요 목표로 한다.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용이하다. 또한 경쟁사를 제거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중복되는 인력‧자원을 통합해 운영 비용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기술‧노하우 공유로 경쟁력 강화를 꾀하기도 한다.
적자 기업을 인수했다면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M&A를 통해 기업가치가 상승되면 투자를 유치하기도 수월해진다.
M&A 절차는 '타겟 기업 선정 → 예비 실사 → 인수 제안 및 협상 → 본격 실사 → 계약 체결 및 규제 승인 → 거래 종결 → 통합 작업'의 단계를 거친다.
M&A 리스크라면 기업 문화 차이로 M&A되는 조직 간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보다 낮을 수 있고, 법적‧규제적 문제에 부딪히거나 인수 후 재무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국내 M&A 동향
국내에서는 다양한 산업에서 M&A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나 해외기업 인수가 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기술 혁신, 신사업 확장,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타트업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한 주요 사례로는 2017년 삼성전자의 대화형 AI 스타트업 플런티 인수를 들 수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플런티 인수를 통해 서비스 브랜드로 발전시켰다.
롯데쇼핑은 2021년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를 인수하며 커머스 사업을 확장했다. 같은 해 통신 대기업 KT는 자산관리 핀테크 스타트업인 뱅크샐러드를 약 2000억~3000억원에 인수하며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했다.
마찬가지로 2021년에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의 운영사인 VCNC의 지분 60%를 인수하며 금융과 모빌리티를 연결하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했다.
2022년에는 카카오게임즈가 RPG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유명한 라이온하트스튜디오를 인수했다. 같은 해에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 플랫폼 스타트업인 포티투닷을 4277억원에 인수하며 자율주행 기술을 강화했다.
2024년에 LG생활건강은 미국 화장품 브랜드인 더크렘샵을 1485억원에 인수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했다.
한국 대기업들은 기술력 강화, 글로벌 시장 진출, 사업 다각화를 목표로 해외 기업 인수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먼저 2006년에 효성은 미국 타이어 제조사 굿이어(Goodyear)의 자회사인 해외 사업부문 및 생산 기지를 인수해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2007년에는 포스코가 말레이시아 전기도금강판 업체인 MEGS를 인수하며 소재 부문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했다.
같은 해에 두산은 미국 건설장비 제조업체인 밥캣(Bobcat)을 약 49억달러(약 6조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건설장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2016년에 삼성전자는 미국 고급 가전회사인 데이코(Dacor)도 인수해 프리미엄 가전 시장 진출을 강화했다.
같은 해에 CJ그룹은 미국 냉동식품 회사인 벨리시오 푸드(Bellisio Foods)를 인수해 글로벌 식품 시장을 확대하고, 튀르키예 최대 영화관 체인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 강화에 나섰다.
2017년에 삼성전자는 미국의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전문기업 하만을 약 9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에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했다.
◇적대적 M&A란
적대적 M&A(Hostile M&A)는 인수 대상 기업의 동의 없이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인수·합병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2년 일론 머스크의 트위트 인수 시도를 들 수 있다.
당시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지분 9%를 확보한 뒤 회사를 인수하려는 의사를 밝혔다. 트위터는 이를 적대적 M&A로 간주하고 방어 전략인 '포이즌 필'(Poison Pill)을 도입했다나, 결국 머스크는 트위터를 약 440억달러에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앞서 2005년에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미국의 석유회사 유노칼을 인수하려고 시도했는데, 이는 미국 내 국가안보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미국 의회는 거래를 승인하지 못하도록 결의했고 인수 시도는 무산됐다.
명품업계에서는 적대적 M&A가 브랜드 정체성과 국가적 자존심을 둘러싼 위협으로 간주된다.
2010년에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는 에르메스의 지분을 17.1%까지 확보하며 경영권 인수를 시도했으나, 에르메스는 이를 적대적 M&A로 간주하고 강력히 반발했다.
에르메스는 가족기업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방어 전략을 강화했고, LVMH는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발표했으나, 긴장 관계는 지속됐다. 이 사건은 명품업계에서 적대적 M&A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11년에 LVMH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불가리를 인수했다. 불가리 가문은 자발적으로 경영권을 넘겼지만, 이탈리아 내에서는 자국 브랜드가 프랑스 기업에 넘어간 데 대한 비판이 거셌다.
2016년에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적대적 M&A 타깃이 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LVMH 그룹이나 사모펀드들이 버버리를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자, 버버리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했고 실제 인수 시도는 성사되지 않았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해외 투기자본의 적대적 M&A 시도는 잘 알려진대로, 2003년 소버린 펀드의 SK그룹 경영권 위협, 2006년 미국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의 KT&G 경영권 장악 시도 등이 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관련기사
- [머니토크+/⑩]주가 상승 기대감 부르는 공모가란
- [머니토크+/⑪]"묶어서 미리 판다"…블록딜이란
- [머니토크+/⑫]경영권 보루 vs 시장 독점…'순환출자'의 두 얼굴
- [머니토크+/⑬]전세계적 인기몰이 나선 투자상품 ETF란
- [머니토크+/⑭]워런 버핏도 중시하는 ROE란
- [머니토크+/⑮]번번이 국회 문턱 못 넘는 토큰증권 제도화란
- [머니토크+/⑯]MZ세대도 눈독들이는 커버드콜 ETF란
- [머니토크+/⑰]'불법 상시 모니터링' 전면 재개되는 '공매도'란
- [머니토크+/⑱]'태풍의 눈' 떠오른 상법 개정안이란
- [머니토크+/⑲]'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지목받는 유상증자(Ⅱ)
- [머니토크+/㉑]'이것' 오르면 대출금리도 오른다…국고채 금리란
- [머니토크+/㉒]증권사 앞다퉈 신청하는 종투사‧초대형IB '무엇'?
- [머니토크+/㉓]'세계 안전자산'에서 '달러 패권 리스크' 주역 된 美국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