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등 내년에도 통화긴축 공세 재확인 충격파...주식펀드서 한 주 새 54조원 순유출
글로벌 주식펀드에서 최근 일주일 새 역대 최대인 420억달러(약 54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순유출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이 내년에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블룸버그는 23일(현지시간) 펀드정보업체 EPFR글로벌의 자료를 인용, 지난 21일까지 한 주간 글로벌 주식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420억달러로 주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로써 올해 세계 증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해로 저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지난 14일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을 0.75%포인트(75bp)에서 0.50%포인트로 줄이는 대신 내년에도 통화긴축 기조를 고수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FOMC 이튿날 통화정책회의를 연 유럽중앙은행(ECB)도 마찬가지였고, 심지어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온 일본은행(BOJ)마저 내년 정책 방향과 관련해 강력한 매파(강경파) 성향을 드러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시장에서는 한동안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 공세가 촉발한 경기침체 우려에 맞서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로 전환(pivot·피벗)할 가능성에 베팅해왔지만, 중앙은행들은 최근 그 반대 움직임으로 오히려 경기침체 우려를 더 부추기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 바클레이스 등은 EPFR글로벌 자료에서 지난 21일까지 채권펀드는 물론 현금성 펀드에서도 자금이 대거 순유출된 데 주목했다. 자산시장의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내년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과 함께 한 최신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5%가 미국이 내년에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경제는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더 심한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이클 하트넷 BofA 수석 투자전략가는 그나마 내년 상반기에는 채권이 주식보다 나은 투자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도 그럴 게 EPFR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전체로 주식펀드는 1665억달러의 자금 순유입을 기록 중이지만, 채권펀드에서는 2570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증시가 내년에 채권시장보다 더 부진한 성적을 거둘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한 예로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은 올 들어 20%가량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해 성적을 예고하고 있다. 올 들어 세 차례 약세장 속에 주가가 반짝 오르는 베어마켓 랠리를 보여줬지만, 최근에는 다시 하향세가 뚜렷해졌다.
글로벌 증시를 반영하는 MSCI 세계지수(ACWI)도 올 들어 약 20% 내렸다. 42%가량 밀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이다.
엠마뉴엘 코 바클레이스 투자전략가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2022년 문제가 대부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새해 평탄치 않은 시작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에도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논란, 기업 실적 전망, 중국 경제 재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계속 시장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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