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지표는 연준 통화완화 배경 되지만 침체 신호이기도
뉴욕증시 등 현실 직시 분위기 확산...연준 과잉긴축 우려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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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지표는 경제가 대부분의 예상보다 빨리 더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제 우리는 부진한 지표를 호재로 보지 않고 악재로 볼 것이다."

블룸버그는 9일(현지시간) 피터 치어 미국 아카데미 증권 거시 전략 책임자의 말로 최근 바뀐 뉴욕증시 분위기를 전했다. 부진한 경제지표들이 한동안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이젠 아니라는 것이다.


◇연준 '피벗'은 경기침체 신호탄

시장이 나쁜 지표를 호재로 반긴 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연준이 부진한 지표를 근거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다가 결국 기준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 기조의 전환(pivot·피벗)을 이룰 수 있다는 관측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투자자들이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연준의 피벗이 경기침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시장이 눈을 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의 피벗은 당장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호재일 수 있지만, 피벗의 전제가 되는 경기침체 우려를 더는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수석 전략가는 "앞으로 어느 시점에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주식을 살 수 있는데, 불행히도 그 생각은 향후 어느 시점에 경제가 더 취약해질 것임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침체 우려에 연준 '과잉긴축' 경계감도  

S&P500지수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S&P500지수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경기침체 우려는 시장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은 피벗 기대감에 지난 10월 중순 이후 14% 뛰었지만, 이번주에만 3.4% 내렸다. 이에 앞서 지수는 10월 이후 최장기 하락 행진 끝에 200일 이동평균선에서도 밀려 났다. S&P500의 하락은 특히 에너지, 금융, 소비재 등 경기민감주들이 주도했다.

연준의 통화긴축 공세에 따른 성장둔화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서비스 경기가 지난달 위축된 게 대표적이다. 미국 노동시장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상당해 연준이 경계감을 풀기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이미 한창인데, 이를 더 부추길 과도한 통화긴축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시장이 마침내 우울한 경제 뉴스 흐름을 악재로 삼아 거래하기 시작했다며,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연준이 오는 14일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최종 결정으로 가을 랠리를 꺾기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상한 기준 %)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 기준금리 추이(상한 기준 %)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블룸버그의 최신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준은 다음주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50bp) 인상하고, 내년 두 차례 회의에서 각각 25bp 더 높일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기준금리가 약 5%에서 정점을 찍고 내년 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봤다. 연준이 내년 하반기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온 시장에는 실망스러운 관측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2024년 6월까지 기준금리가 4%로 낮아져 같은 해 말 3.5%가 될 것으로 봤다.


◇1999년 이후 최악의 S&P500 전망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경기침체 우려는 채권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미국 국채시장은 올해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 우려 속에 증시 급락세에 휩쓸리기 일쑤였지만, 최근에는 경기침체 헤지(위험회피) 수요로 탄탄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금리)이 급등세에서 안정을 되찾고 있다.

블룸버그는 월가 대형은행 수장들도 경제와 기업실적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투자상품 팔이에 혈안이 됐던 이들조차 비관론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가 종합한 분석가들의 내년 S&P500 평균 예상치는 4009(9일 종가 3934.38)에 불과하다. 적어도 1999년 이후 가장 비관적인 전망이라고 한다.

경기침체 공포발 위험자산 탈출 움직임은 글로벌 증시에서도 눈에 띈다. 금융정보업체 EPFR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에서 지난 3주간 빠져나간 자금이 350억달러(약 45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앞서 한 주 만에 230억달러가 유입된 데 비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증시 랠리에서 비롯된 막대한 유동성도 문제라고 짚었다. 연준이 내년에 통화완화 기조로 돌아서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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