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ECB 수장들 "수요·고용 해쳐도 인플레와 싸움 지속"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사진=신화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사진=신화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오는 14~15일(현지시간) 이틀간 올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마무리한다. 주목할 건 인플레이션에 맞선 금리인상 공세로 경기가 감속하고 있지만, 중앙은행들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中銀-인플레이션 싸움 1년 마무리 

연준은 오는 14일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50bp) 인상할 전망이다. 연준은 앞서 기준금리를 4회 연속 75bp 인상하는 등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통화긴축을 시도했다.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50bp 더 오르면 4.25~4.50%로 2007년 이후 최고치가 된다.

블룸버그의 최신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준은 같은 날 내년 초 금리를 25b씩 두 차례에 걸쳐 50bp 더 올릴 가능성을 시사할 공산이 크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약 5%로 정점에 도달한 기준금리를 내년 내내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달리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내년 말에는 정점에서 빠르게 후퇴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연준이 내년에 금리인상에서 금리인하로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pivot·피벗)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 기준금리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15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둘 다 50bp의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유로존에서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년 반 만에 처음 둔화했지만, 아직 10%로 ECB 정책 목표치의 5배에 이른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ECB가 이번에 3연속으로 75bp 규모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금리 결정에는 분기마다 나오는 새 경기전망도 영향을 미칠 전망인데, 내년 성장전망치는 낮아지고,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상향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41년 만에 최고 수준인 11.1%에 이른다. 향후 몇년에 걸친 기대인플레이션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BOE로서는 광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경기침체가 부담이다. 

이밖에 15일에는 스위스, 노르웨이, 멕시코, 타이완, 필리핀에서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오는 20일에는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예정돼 있다. BOJ는 기존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올해 금리인상만 275회, 50여곳이 '자이언트스텝'

올해 초만 해도 많은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판단 아래 금리인상을 주저했다. 연준이 제로금리 기조를 뒤로 하고 첫 금리인상에 나선 게 지난 3월이다. 금새 두 자릿대로 가속화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단행한 금리인상은 275회에 이른다. 금융시장 거래일 기준으로 하루 한 번 이상의 금리인상이 일어난 셈이다. 금리인하는 13번에 불과했다.

특히 평소에 보기 드문 75bp의 금리인상, 이른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중앙은행이 연준과 ECB 등 50곳이 넘는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이코노믹스(BE)는 올해 말 글로벌 금리 전망치를 지난 1월 2.8%에서 5.2%로 높여 잡았다. 전 세계 기준금리 수준이 연초 예상치의 2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간) 세계 곳곳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늘어나고 있지만,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침체가 시작돼 중앙은행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악몽을 만들어내는 걸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았다. 최선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누그러져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을 멈추고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검토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내년에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하는 '피벗'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최근 발언을 근거로 이들이 모두 수요와 고용을 해치더라도 당분간 계속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집중할 태세라고 지적했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