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금융핵무기' 제재 파장, 연준 통화긴축 향방 촉각
미국 뉴욕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풍전등화와 같은 변동성 위기에 처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국제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하기로 합의하면서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의 말대로라면 '금융핵무기'(financial nuclear weapon)를 동원한 셈이다. SWIFT 차단은 러시아는 물론 무역상대국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거론돼 온 극약처방이다.
북한과 이란에 발동한 적은 있지만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을 상대로 한 적은 없다. 영향권이 커지는 만큼 파장도 거셀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주식으로 대표되는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와 달러와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더해 이번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할 기회도 많아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더 고조되기 쉽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의회 청문회와 미국 노동부가 발표할 2월 고용지표에 시선이 쏠린다.
◇러시아 SWIFT 퇴출 제재...'금융핵폭탄' 파장 촉각
블룸버그는 28일 러시아 은행들에 대한 SWIFT 퇴출 제재로 트레이더들이 이날 아시아부터 열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 고조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프리 유 뱅크오브뉴욕(BNY)멜론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선임 전략가는 "지금 같은 환경에서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며 "통화 가운데는 지난주 (안전자산 가운데 하나인) 일본 엔화와 스위스프랑가 실질적으로 우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달러 수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폭락세에 있는 러시아 루블화가 더 추락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에 대한 일련의 제재로 에너지 가격이 뛰고, 기업활동과 소비심리가 둔화하면서 유로화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원자재(상품)시장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지난주 한때 배럴당 105달러까지 올랐다가 98달러 수준으로 복귀했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건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우크라사태 충격 제한적"...美증시 지난주 급반전
일각에서는 뉴욕증시가 지난주 후반 급반등한 사실을 근거로 우크라이나 사태의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본다.
제프 클라인톱 찰스슈왑 수석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증시가 지난주 러시아에 대한 명백한 제재에 안도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급락하던 뉴욕증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한 뒤 이튿날까지 급반등했다.
클라인톱은 "추가 제재에 에너지와 농산물이 배제된 것은 세계 경제에 대한 연쇄충격이 매우 제한적임을 의미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의 추세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고인플레이션과 통화긴축에 대한 우려가 결국 시장을 주도하리라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다만 원자재시장과 금융환경을 통한 파장은 다소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전 세계 원유, 천연가스 공급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 17%에 이른다. 러시아에 대한 SWIFT 차단은 향후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대금 결제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 앞서 이란에 대한 SWIFT 제재는 이 나라 원유 수출을 3분의 1로 줄였다고 한다.
◇연준 행보에 쏠린 눈...파월 청문회, 2월 고용지표
클라인톱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무관하게 적어도 다음달 연준의 첫 금리인상까지 증시 변동성이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이 쏠리는 이유다. 파월은 다음달 2일과 3일 각각 하원과 상원에서 반기통화정책 청문회에 선다.
짐 카슨 모건스탠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글로벌 채권 거시전략 부문 책임자는 "파월의 발언이 중요하다"며 "모두가 최근 사태에 대한 연준의 정책 대응과 관련한 그의 견해를 엿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직은 파월의 매파(통화긴축 지지) 성향을 꺾지 못했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다만 연준이 다음달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평소처럼 0.25%포인트가 아닌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줄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6~7월에 이미 예고한 양적긴축에 나설 것으로 보는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정에 영향을 줄지 여부를 눈여겨 보고 있다. 특히 SWIFT에서 러시아를 퇴출한 규제가 시중에 유동성을 더 풀어여 하는 상황을 촉발할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적긴축은 양적완화(자산매입)로 불린 자산을 줄이는 것이다. 금융시스템에서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효과가 있다.
오는 4일 발표되는 미국의 2월 고용지표도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다만 시장에서는 강력한 신규 고용 증가세가 이어져 연준의 행보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은 이번주 예정된 주요 지표·실적 발표, 연설 일정
◇28일
-지표: 1월 무역수지,
-실적: 루시드그룹
-연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3월 1일
-지표: 2월 마킷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최종), 2월 ISM 제조업지수
-실적: 세일스포스, 타깃, 노드스트롬, 도미노피자, 웬디스, AMC엔터테인먼트
-연설: 보스틱 총재
◇2일
-지표: 2월 ADP 민간고용보고서, 베이지북
-실적: 달러트리, 스노우플레이크
-연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파월 의장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
◇3일
-지표: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 2월 마킷 서비스 PMI(최종), 2월 ISM 서비스지수, 1월 공장주문
-실적: 코스트코, 크로거
-연설: 파월 의장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4일
-지표: 2월 고용보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