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면침공, 제한공격, 비군사행동, 외교적 해결 등 4대 시나리오
전면 침공시 시장 충격, 인플레이션 급등...美성장률 3%대서 1%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짙게 드리웠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요일인 20일(현지시간) 오전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BBC방송을 통해 러시아가 유럽에서 1945년 이후 가장 큰 전쟁을 벌이려 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이 이미 실행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전략핵 훈련에 나섰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는 4만여명이 이미 러시아 로스토프로 대피했다고 한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전날 독일 뮌헨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경제·금융제재를 비롯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드스트림2' 운영중단, 국제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 퇴출, 첨단제품 수출금지 등이 유력한 제재안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일련의 제재가 러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이다. 야후파이낸스는 19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초래할 경제적 충격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다.


①키예프 표적 전면 침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를 목표로 전면적인 침공에 나서는 경우다. 많은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강도 높은 제재를 넘어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에게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가장 큰 '꼬리위험'(tail risk)인 셈이다. 꼬리위험은 발생 가능성이 적고 예측이 어렵지만, 실현되면 어마어마한 충격이 불가피한 돌발변수를 뜻한다.

러시아가 키예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체나 대부분을 손에 넣게 되면 서방은 러시아의 수출길을 전면 봉쇄할 공산이 크다. 러시아가 주로 생산하는 알루미늄, 니켈, 팔라듐, 티타늄, 플래티늄 등의 비철금속과 밀 같은 주요 곡물의 수출이 막히면 세계적인 공급난이 심해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아질 게 뻔하다.   

원유·천연가스시장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러시아는 세계적인 원유·천연가스 생산국으로 유럽의 최대 공급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러시아산 에너지가 직접적인 수출봉쇄 대상이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유럽 천연가스 수입 국가별 비중/자료=유로스타트
유럽 천연가스 수입 국가별 비중/자료=유로스타트
유럽 원유 수입 국가별 비중/자료=유로스타트
유럽 원유 수입 국가별 비중/자료=유로스타트

버나드 바우몰 이코노믹아웃룩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경우에도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원유·천연가스 수출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전쟁 중에도 유럽으로 원유와 천연가스를 실어나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는 공급충격 위협이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을 급격히 띄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물론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거나, 서방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실제로 막으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바우몰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유럽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고, 미국의 성장률은 3%대에서 1%대로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서방의 제재와 에너지 가격 급등이 동반되면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이 약 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기업들의 투자를 중단시키고,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서 미국 국채를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자금 흐름을 돌려 세울 전망이다. 국채 수요는 금리인하 요인이 되겠지만, 안전자산인 달러는 강세를 띠기 쉽다. 

가파른 인플레이션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통화긴축을 별러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중앙은행들엔 골치 아픈 일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높아지고 성장률은 더 떨어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연준이 통화긴축 속도와 강도를 낮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②동부지역 제한 공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지역을 제한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추진하겠지만,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 여부나 수위를 놓고 분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만 공격해도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겠지만, 키예프를 표적으로 한 전면 침공의 경우보다 빨리 가격이 정상화활 것으로 본다. 또한 유럽 경제가 위축되더라도 침체까지는 이르지 않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데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장기간 머물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고조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③군사행동 자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행동을 자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군사적 침략 대신 사이버공격을 감행하거나 정보전을 강화하고, 어쩌면 국지적인 테러를 자행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촉발할 정도는 아니어서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도 최소 수준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야후파이낸스는 내다봤다.


④외교적 해결

서방과 러시아가 외교적 합의를 도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응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고, 백악관에서도 진전 신호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일부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러시아의 적으로 본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원하면 나토와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나토 가입 찬성 여론이 59%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러시아와 서방 양쪽이, 아니면 어느 한쪽이라도 사지에 몰리면 막판 대화가 성사될 수 있다고 본다. 

외교적 합의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일단락지으며 금융시장에서 고조됐던 '리스크 프리미엄'을 쪼그라트려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는 물론 주식 같은 금융자산의 가격을 떨어뜨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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