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사 후둥중화조선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후둥중화조선
중국 조선사 후둥중화조선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후둥중화조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가장 건조하기 어려운 배로 꼽힌다. 기체 상태인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 이하의 낮은 온도로 액화해 운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자칫 LNG가 누출되면 폭발이 일어나 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 아무나 만들 수 있는 배가 아닌 것이다. 

세계 LNG 운반선 건조 시장은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3사가 사실상 독점한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 정도다. 경제성을 확보할 정도의 많은 LNG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는 배를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회사들이어서다. 

LNG 운반선의 역사는 길어야 40년 정도다. 초반에는 미국과 유럽 조선사가 LNG 운반선 시장을 주도했으나, 1980년대 기술을 확보한 일본 업체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1990년대 초반 유럽 조선사가 경쟁력을 잃고, 일본이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한국 조선업이 발전하면서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1위에 올랐다.  

한국 조선업을 위협하는 유일한 존재가 중국이다. 아직 기술력은 낮지만, 가격 경쟁력과 막강한 LNG 구매력을 바탕으로 LNG 운반선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중국 후둥중화(滬東中華)조선이다. 

후둥중화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회사다. 1990년대 후반부터 LNG 운반선 시장에 뛰어든 후둥중화는 프랑스 GTT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8년 4월 14만7000㎥ 규모의 LNG 운반선 건조에 성공하며 한국 조선업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후둥중화는 지난해 5월 카타르의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으로부터 LNG 운반선 16척을 수주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카타르로부터 매년 대량의 LNG를 수입하는 중국이 자국이 사용할 LNG는 자국 업체가 만든 배로 실어 나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LNG 소비량은 3259억1000만㎥다. 이 가운데 중국 내에서 생산된 LNG는 1925억㎥ 정도였다.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매년 1000억㎥ 이상의 LNG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 중국에 LNG를 수출하는 국가로서는 LNG 운반선을 발주할 때 '큰손'인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노르웨이 선급 DNV GL과 함께 개발, 건조 중인 세계 최대 규모 LNG 운반선 투시도. /사진=후둥중화조선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노르웨이 선급 DNV GL과 함께 개발, 건조 중인 세계 최대 규모 LNG 운반선 투시도. /사진=후둥중화조선

중국 정부의 등에 업은 후둥중화는 LNG 운반선 건조를 위한 첨단기술과 건조 노하우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올해 8월 말에는 홍콩의 한 선박 임대 회사에 17만4000㎥ 규모의 LNG 운반선을 전달했다. 현재 27만㎥의 세계 최대 규모 LNG 운반선도 건조 중이다. 한번에 4000만명이 한 달간 쓸 수 있는 LNG를 운반할 수 있는 규모다. 

물론, 후둥중화의 기술력은 한국 조선 3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뒤처져 있다. 후둥중화가 건조한 LNG선이 수차례 사고를 일으키거나 인도 일정을 지키지 못해 문제가 된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8년 호주 인근 바다에서 멈춰선 글래드스톤호도 후둥중화가 건조한 배였다.

중국 텅쉰왕은 "1990년대부터 미국의 기술 지원으로 LNG 운반선을 만든 한국 조선과 바닥부터 시작했던 (중국의) 기술력은 아직 거리가 있다"면서도 "중국은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LNG 운반선 자체 개발을 지속하면서 관련 기술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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